또 다른 엄마 1

by 꿈꾸는 momo

내 나이 스물다섯, 등이 넓은 사람과 결혼을 했다.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 노처녀, 노총각 소리를 듣는 마지막 세대에 걸려있었다. 친구들보다 조금 빨리 결혼했을 뿐인데, 몇 년 간에 결혼적령기가 확 올라갔다. 열여섯에 시집간 할머니가 된 느낌. 무튼, 숫기 없는 내게도 환상 같은 이상형이 있었다. 하얀 사람. 얼굴도, 손도 하얀 사람. 길게 뻗은 손가락 실루엣이 선율같이 아름다운 사람. 어쩌면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얀 손을 흠모했던가. 이런 편벽증 같은 증상으로 실제 하얀 사람과 연애했을 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끼 긴 담벼락의 담쟁이넝쿨조차 나를 위해 웃고 있다 착각하며 구름 위를 걸어 다녔으니까. 일방적인 사랑, 집착, 원망의 감정에서 허우적대던 나를 그 사람은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납작하게 연애를 마무리했다. 정말 원통할 노릇이지만, 나의 연애는 그게 처음이자 끝이었다. 그다음 연애는 곧 결혼으로 이어졌으니까.


나는 하얀 사람과 정반대의 사람과 결혼했다. 까만 사람. 묵직한 자기 철학을 무뚝뚝하게 뱉어내는 사람이었다. 연애에 있어 더 이상 말랑말랑하기 어려웠던 내 마음과 태도가 그의 성취욕을 자극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쟁취하려 안간힘을 쓰던 그는 내게, 그의 심장이 타들어가 새까매졌다고 했다. 아주 안팎으로 까맸네. 그는 매일 성실하게 꽃과 선물과 마음을 들이댔고, 그의 성실함은 내 마음보다 울 엄마, 아빠의 마음을 얻었다. 그즈음 모든 상황들이 절묘하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안 될 일은 어찌해도 안 되고, 될 일은 어찌해도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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