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여둔 마음

by 꿈꾸는 momo

면 지역의 통합 시로 흡수되면서 시내버스가 들어왔다. 그 사실은 시내로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인 동시에 엄마의 가게에 손님들이 시내로 빠진다는 의미였다. 시내에는 더 다양하고 값싼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가게는 점차 모호한 잡화점이 되어갔다. 스킨, 로션 옆에 뜨개실과 먹물, 생리대가 진열된 그런 아리송한 가게. 아모레 화장품이 있으면 쥬단학을 찾고, 챠밍 샴푸는 있는데 알뜨랑 비누는 없는. 손님이 찾던 물건을 구해서 갖다 놓으면 정작 그것은 또 먼지가 쌓이는 악순환의 판매구조였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내 눈에도 보이는데, 엄마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는 언제나 뜨개질 중이었다.


"어차피 우리 쓰는 건데 뭐, 게다가 화장품이 제일 이문이 많아."


다른 품목은 점점 줄어가는데 화장품 개수가 늘어나는 걸 보고 내가 의아해 물었던 것 같다. 당시 화장품은 높은 할인율로 고객의 마음을 샀다. 원가가 정가의 10%로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폭로되기 전이었다. 화장품 회사들은 고객의 만족도를 얻기 위해 사은품 전쟁을 벌였다. 중간 판매자들을 모아 홍보연수를 하며 고가의 사은품을 주기도 했다. 사은품은 다양했다. 때론 예쁜 도자기 그릇이나 반찬통일 때도 있었고, 컵이나 접시도 있었다. 엄마는 그 사은품들을 구매액수가 큰 손님이나 단골에게 끼워줬다. 언젠가 따로 쟁여둔 상자가 수북이 쌓였길래 열어보았다. "우와~ 예쁘다." 노란 꽃무늬가 있는 유리컵이었다. 엄마는 "다음에 쓰려고 아껴뒀어." 했다. 사은품 컵도 아까워 못 쓰는 엄마. 엄마가 꿈꾸는 '다음'의 집은 정갈하고 예쁜 그릇을 쓰는 장소였다.


십수 년이 넘었는데, 그것들을 내 신혼집에서 볼 거란 사실은 상상조차 못 했다. 그 사이 엄마의 '다음'집은 교회 예배당이 되었고, 오가는 성도들에게 끼니를 대접할 그릇은 식당용 멜라민그릇이었으니까. 엄마는 '다음'을 내게 물려준 거다. 포트메리온이나 코렐, 한국 도자기도 아닌, 하다못해 made in china라고 적힌 문구도 하나 없는 것들을 말이다.


"손님 올 때는 이런 것도 필요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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