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가장 힘들고 진지한 순간에 함께 하는 사람

by 꿈꾸는 momo

다 깨끗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수술 후 1년에 받는 검사 결과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한시름 놓은 듯 말해주니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5년까지는 지켜보아야 하지만 그래도 뭔가 우려스러운 일에 대한 확률은 낮아진 게 분명하다. 왼쪽 가슴이 찌릿찌릿할 때면 괜스레 신경이 쓰이곤 했는데 뭔가 말끔해진 기분으로 진료실 문을 닫고 나왔다.


밖에서 기다려준 언니에게 밝은 목소리로 결과를 전하니 이내 축하로 응답하는 언니의 웃는 얼굴. 잠시 우리는, 그 희비가 엇갈리는 좁은 복도에서 기쁨을 나눴다. 그러곤 얼른 우리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피해 한 걸음 비켜 다음 안내를 기다렸다.


진료실 앞 복도는 어떤 긴장감, 불안, 의심, 공포와 안도가 동시에 출렁이고 있었다. 그곳은 어떤 말보다는 여러 생각과 감정이 뒤범벅된, 무거운 공간이다. 눈을 감고 한 숨을 쉬는 60대 후반의 아저씨는 분명 좋지 않은 소견을 듣고 나온 모양이다. 그 곁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은 어떤 표정으로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했다. 그러다 걸려온 전화에 응답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팔에 걸어둔 외투 끝을 만지작 거리기도 하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말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젊은 아들은 진단의 예후나 과정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 어떤 낭떠러지 끝으로 몰린 듯한 절박감은 의료인에 대한 간절한 도움으로 바뀌어 그들에게 귀와 마음을 여는데 그 마음과 같을 리 없는 의료인들은 진단과 치료와 상담의 피로에 눈이 충혈되어 있곤 했다. 경험치와 통계치에 비추어 설명하는 가장 나쁜 사례들이 곧 내 일이 될 것처럼 충격적이고 심각해져 과연 그곳은 사람의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첫째를 낳고 움직일 수 없었던 내 대신 위급하던 아이를 진단하고 수술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오롯이 대기실을 지킨 남편, 수술실에 입장한 내 이름 옆에 종료라는 말이 뜰 때까지 대기실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았을 남편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고 마음 한켠이 짠하다. 곳곳에 얼룩진 눈물자국들과 반대로 생뚱맞게 방송되고 있던 먹방 프로그램에 괴리감이 컸다던, 이것이 현실이구나 했다던 그의 말과 함께...


어쩌면 생의 절박한 순간에도, 고통 중에도 곁에 있는 사람이 있기에 너무 무섭지 않게 지나왔구나. 때론 투정으로 시비로 진득하게 같이 아프고 지쳤던 남편뿐 아니라 가까이 혹은 멀리서 함께, 혹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위로했던 많은 이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바쁘고 분주한 각자의 삶을 사느라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는 현실에 허우적대지만 생각날 때마다 모니터링되는 이름을 보며 그대의 고통이 종료되길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린 어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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