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 좋은 날

참 잘 논다

by 꿈꾸는 momo

은행잎을 치우는 손길은 바쁘지만, 은행열매를 밟는 것은 꽤 곤란한 일이지만, 은행잎이 팔랑팔랑 내려앉은 모습은 참 따뜻하다. 내가 눈으로 즐기고 있을 요량이면 아이들은 쏜살같이 달려가 온몸으로 즐긴다. 은행잎 하나 주워 손에 쥐고 폭신폭신한 은행잎들 위로 걸으며 발길에 차이는 가을을 만끽하는 아이들.

시력이 좋은 건지 시야가 좁아서 그런 건지 길 가에 떨어진 작은 것들을 매같이 발견하는 민첩함은 아이들에게서 발견하는 놀라운 일 중 하나다. 은행잎 사이에서 굵은 도토리를 하나 주워 자랑하기가 무섭게 세 아이는 도토리 찾기에 혈안이 된다. 그러다 도토리를 한 주먹 쥔 아이는 깡총깡총 신나고 덜 주운 녀석은 울상이 된다. 도토리를 많이 주운 아이에게 좀 얻든지 아니면 내가 나서서 도토리를 몇 개 더 주워줘야 이 놀이는 마무리된다.

올해 심은 무화과나무는 놀랍게도 몇 개의 열매를 맺었다. 몰랑몰랑한 열매 하나를 맛있게 먹는 형아를 따라 한 입 베어 문 꼬맹이들은 금새 퉤 하고 뱉는다. 이미 서리를 맞아 제대로 익지 않고 매달린 열매는 곧 장난감이 된다. 하얀색 물이 진득하니 나오는 열매꼭지를 하나씩 잡고는 달음박질을 시작한다.

바람 없는 날, 양지에서 빈 박스를 깔고 앉은 아이들은 엄마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 재촉한다. 지루하다 싶으면 손에 꼭 쥔 나무 막대로 톡톡 탁탁 바닥에 리듬 치는 걸 잊지 않는다.


이렇게 잘 노는 아이들은 어째 학교만 오면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되는지 모르겠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노는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너무 많은 걸 가르쳐서 그런 것일까.


너무 많은 것에 갇혀 살기 전에, 자기들만의 공간에 쏙 들어가 버리기 전에, 맘껏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넣어둘 테다. 오늘도 참, 놀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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