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학교

나물

봄을 맛보다

by 꿈꾸는 momo

겨울을 지낸 부추, 두릅, 민들레, 미나리, 머위, 쑥, 산나물... 봄이 되면 제철 나물이 풍성하다. 땅 위에 솟아난 초록잎들이 대부분 나물이 된다. 옛날 사람들은 이 봄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산이나 들에서 캐는 봄나물들을 밥상에 올리면서 고프고 까끌했던 배와 맘도 채웠을 것이다. 얼었던 땅을 넉넉히 이겨내고 나온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주말이 되자마자 바쁜 걸음으로 친정집 밭이랑 사이를 누비며 온갖 나물을 탐색해본다. 요 풀들이 다 먹을 거였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내 눈엔 잡초들에 불과했던 아이들이 할머니 눈에는 약되는 나물이다. 호미로 땅을 찍고 달래를 한 아름 캐낸다. 쪼그리고 앉아 알뿌리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골라보지만 역시나 어설프다. 다른 풀들과의 경쟁 속에서 줄기를 키우며 뿌리를 뻗어 내린 달래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하다. 두릅나무에서는 새순이 나오고 있다. 나무 두릅과 땅두릅에서 얼마간 자란 새순을 똑 땄다. 요 녀석을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먹으면 두릅향이 온 입안에 퍼질 것이다. 길가에 핀 찔레 순을 따 껍질 까 주니 네 살 꼬맹이는 퉤 하고 뱉어 버린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얻어먹던 첫째에겐 맛있는 간식인데, 역시 어릴 때의 미각 경험이 중요하구나 싶다. 아이들에겐 맛없는 음식이 될지도 모를 나물들을 봉지봉지 담아 집으로 오는 길은 마음까지 든든하다.


내 손에는 데치거나 국을 끓이거나 전을 부치거나 할 재료들이다. 달래를 넣어 된장국이나 끓일까 했는데 생밤을 넣어 아삭아삭한 달래 나물이 완성된다. 야생 달래가 전해주는 향과 생밤의 조화라니! 그녀가 만드는 양념장의 비법을 알아내 보려 매번 기웃거려 보지만 병째 들이붓는 알 수 없는 계량과 빠른 손놀림은 알아낼 재간이 없게 만든다. 장아찌로 만든 머위도 한 입 넣어본다. 여린 머위잎의 쌉싸름한 맛이 지쳐있던 미각을 깨운다. 입안에 도는 저만의 향이 각자의 봄을 전한다. 봄이 갔나 했는데, 봄을 지나치나 했는데 이렇게 봄을 누린다. 속이 편안해지는 밥상이다.


누가 가꾸지 않아도 제가 품고 있던 생명을 꽃피우는 자연의 섭리를 들여다보면 우리 인간은 자연을 거슬러 얼마나 오만하게 착취하고 군림하는지를 깨닫는다. 코로나의 역설처럼, 인간의 쉼 앞에 살아난 지구의 대기만 보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지금 교육현장도 그렇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보이는 것을 만들고 수정하고 폐기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억지스럽게 말이다. 아이들은 분명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배워가고 있을 텐데, 정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조금 느린 걸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나친 줄 알았던 것의 기쁨을 다른 방법으로 마주하게 할 방법은 무얼까. 내게 왔던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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