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내 몫인가 보다
새 학교. 새 학년. 반 아이들 명단이 적힌 봉투를 뽑는다. 내가 뽑은 반은 2반이 되는 거다. 26명. 많다. 아이들의 이름을 눈으로 훑는다.
이번 5학년들 괜찮아요. 딱 한 명 힘든 아이가 있긴 한데... 000. 몇 반이죠?
어! 이런 일에는 언제나 당첨인데... 역시... 우리 반 명단에 그 아이 이름이 있다. 동학년 선생님들은 그저 동정의 눈빛으로 침묵한다.
전 학년 담임이 그 아이가 몇 반이냐 물으신다. 아주 머리를 절절 흔들며 아이에 대한 말들을 쏟아내신다. 매우 힘드셨구나.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웬만한 성인 남자 체격이라 했다. 힘으로 대할 이유도 없고 그럴 힘도 없지만 힘은 역전된 상태. 얼마나 비뚤어졌길래 평가가 그럴까. 일단 걱정이 앞선다.
걱정 한 가득한 얼굴로 저녁식사를 하는데 세 아들이 묻는다. 엄마 기분 안 좋아? 아, 아니. 걱정이 되어서. 엄마 반에 아주 못된 형이 있다는데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러면 안돼 하고 말하면 될 거야. 둘째가 웃으며 단번에 대꾸한다.
엄마~매일 선물을 하나씩 주면 어때? 첫째는 아주 진지하다.
그 형아 이름이 뭐야? 하나님, 000 형아의 비뚤어진 마음을 바르게 고쳐 주세요. 셋째가 기도한다.
하하하. 세 아들의 응원과 격려에 다소 마음이 가볍다.
언제나 내가 맡은 학급에는 어려운 아이들이 있었고 이후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내게 운명처럼 주어진 만남이자 나의 몫인 아이다. 편견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