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

오해

by 꿈꾸는 momo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자다 보니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고스란히 잠을 깨운다. 차 시동을 거는 소리, 말소리, 현관문을 여는 소리 등...

오늘 새벽에는 이상한 소리가 내 귓전을 파고들었다. 툭툭, 탁탁, 바로 내 옆에서 나는 소리. 누가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창문? 창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여기는 아파트라고, 3층이라고 잠에서 깬 뇌가 말했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며 감은 눈을 억지스레 떠 창문을 보았다.

모자를 쓴 얼굴이 반쯤 내 쪽을 향해 있었다. 으아아악~~! 잠자던 성대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났다. 목이 따갑다고 느껴질 정도로 소리를 지른 것 같다. 번개가 치듯 잠에서 깨어났다. 적응하지 못한 어둠 속에서 홍채는 빛을 다시 조절했고 새로운 정보를 뇌에 전달했다.

분명 모자를 쓴 얼굴이었는데, 그건 베란다 선반 위에 올려놓은 지구본이었다. 내 괴성에 잠이 깬 듯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미안하다. 하지만 정말 놀랬다. 부끄럽다. 지구본이라니.

잠을 설친 나는 하루 종일 피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