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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학교

인사를 안 받아준다고 전화가 왔다

by 꿈꾸는 momo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갔다가 나오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6시 이후에 통화가 가능한 학부모라 늘 통화할 일이 있으면 저녁에 연락을 드렸는데, 5시가 되기도 전에 전화를 하신 게 이상해서 얼른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00 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왜 인사를 안 받아주세요? 일곱 번째예요. “


갑자기 뒤통수가 얼얼했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00 이는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아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동생이 지금 우리 반이다.


곧, 자기표현에 소심한 00 이의 어두운 얼굴이 떠올랐다. 어디서 인사를 했길래, 내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인사를 가지고 이렇게 전화로 따진단 말인가. 이게 따질 이유가 되기라도 한 건지, 화가 났다.


“00 이가 언제 인사를 했는데요? 어디서요? 저는 못 봤는데요? “


“아니, 방금 병원에서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모른척하고 가시더라면서 그러네요.”


전혀, 보지 못했다. 눈이 나쁘기도 하지만 사람을 잘 쳐다보지도, 구분도 잘 못한다. 무엇보다 주변의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혼자 다른 생각을 할 때도 많다.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해야 인사가 아닌가? 아무 말도 없이 눈을 마주치면 내가 저한테 반갑게 알은체를 하라는 말인가? 생각할수록 그냥 괘씸했다.


지금 우리반인 둘째가 교실밖에서 무리 지어 위험한 행동을 하고 다녀서 전화를 드린 일이 제법 되는데 어머니는 안 좋은 일로 계속 연락을 받는 것에 마음이 상하셨던 게 분명하다. 장난이 좀 심할 뿐인데 선생님이 너무 예민하게 보시는 거 같다는 말을 한번 하신 적이 있다.

그 가족들끼리 오갔을 나에 대한 판단과 평가가 그려진다.


이 어머니는 도대체 내가 어떤 말을 해주기 바라면서 전화를 하셨을까. 나는 또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이러고 있다. 이런 나한테도, 이 상황에도 화가 난다.


선생님의 00이의 인사만 일부러 모른체하시는 건 아닌지 전화해본거라는 어머니에게 그런거 아니라고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는 그 아이를 진짜 만나도 알은체 하기 싫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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