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떨림이 가라앉지 않더니 한쪽 눈 근육이 마비된 듯 수축된다. 내일은 또 어떤 제안과 설득으로 아이의 행동에 경계를 세워야 할까. 매일 내 신경은 갖가지 상황과 대책에 곤두서있다. 피곤하다.
"은수(가명)는 귀여워. 김은수. 김은수는 귀여워."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혼잣말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눈치를 보며 몸을 끄덕거린다. 아이는 자신을 봐달라는 신호를 이렇게 보낸다. 가위날을 벌려 손잡이 하나만 손가락에 걸고 돌린다. 수업시간이다. 끊어야 한다.
"그만, 다른 친구들이 불편하게 하는 행동이야. 시선이 너한테 쏠려서 선생님도 불편해. 가위 넣어줘. 한번 더 보이면 선생님이 가져갈 거야."
나의 경고에 조금 잠잠해지나 싶지만 아이는 이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볼멘소리를 낸다.
"선생님, 지석이가 저를 놀리는데요?"
몸은 금세 틀어져 뒤쪽에 있는 지석이를 향한 채다. 녀석의 말에 놀란 지석이는 몸을 끄덕거리며 빠르게 변명한다.
"저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아니, 네가 나보고 웃었잖아."
"아닌데."
"뭐가 아니야. 손가락으로 영정 사진 표시도 했잖아."
둘이 매일 그렇게 싸운다. 둘은 매일 같이 다니면서 싸운다. 싸우면서 논다. 놀리면서 논다. 놀리면서 웃는다. 그러고는 도망가고 또 놀린다. 둘을 같이 부른다.
"얘가 먼저 했어요, 얘가 더 심하게 했어요."로 시작하는 변명을 듣다가 또 끊어 정리한다.
"왜?"
아이들은 말문이 막힐 때마다 몸을 끄덕인다. 방아깨비 같다. 한번 아이들에게 '방아깨비 춤추지 말고'라며 농담을 섞었더니 더 심해졌다. 여지를 준 내 잘못이다.
"온순한 아이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하지. 상식적인 규칙만 있으면 돼. 하지만 계속 튕겨져 나오는 애들에겐 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해. 사나운 개에게는 목줄을 더 단단하고 짧게 해서 끌어당겨 제압해야 하듯이. 회피하지 말고 부딪혀야지. 그래야 당신도, 그 아이들도 성장할 거야"
모른 척하고 싶다. 심하게 문제 있는 행동 아니면 말도 걸기 싫다. 그냥 빨리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서는 세 아들을 챙기고, 학교에서는 비중 있는 업무를 쳐내야 하고, 게다가 수업과 생활지도, 보결 수업까지 빽빽한 하루하루가 힘겹다. 그런 내게 누군가의 조언은 너무 따가웠다.
경력이 쌓여가는데도 왜 항상 제자리인 것 같지? 얼마나 부서져야 하는 거지? 그날따라 학교 가는 길에 바람이 찼다. 이른 냉기에 제 색으로 익지 못하고 칙칙하게 떨어지는 은행잎이 보였다. 에어팟을 통해 들리는 감성적인 노래까지 겹쳐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힘겨운 11월이 이렇게 흐르고 있다. 끝나지 않은 어려움은 나와 늘 함께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