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오롯이 모은 용돈은 어떻게 쓰든 건드리지 않는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용돈의 10%만 아이의 손에 쥐어주기 때문에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 (나머지 돈은 저축하거나 필요한 소비 아이템을 같이 정해서 쓴다) 얼마 전 글쓰기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 10만 원은 달랐다. 품앗이처럼 오가는 용돈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얻은 수익? 이기에 아이의 것이었다.
아이는 왕할머니를 위해서 고급 양갱을 한통 샀다. 만원은 기부금으로 썼다. 가족들에게 치킨을 쐈다. 그러고 남은 돈이 5만 원이었다.
"아, 이걸로 뭐 하지? 내가 맘대로 써도 되지?"
아이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며칠을 그 이야기다. 하루는 게임 아이템을 사는데 쓸 거라 하고, 하루는 자기 방의 인테리어 소품을 살거라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결심한 듯 돈을 꺼냈다. 포켓몬 카드를 두 팩 사는 것. 무슨 종이카드 두 팩이 46000원이나 하냐는 말이 튀어나온다. 주문을 했다.
150장의 카드 중에서 아이가 골라낸 카드는 번쩍이는 15장의 카드다. 그중에 두장은 3만 원의 가치를 지닌 카드란다. 그 카드가 정말 한 장에 3만 원에 거래가 되는지 궁금하다.
반짝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카드는 그대로 동생들의 몫이다. 둥이들은 '아싸'하며 카드를 챙긴다. 불타입, 물타입, 전기타입... 타입별로 카드를 정리한다. 수북이 쌓인 카드들 중에서도 레벨이 나뉜다. 하위급으로 밀려나는 카드들은 거실바닥에서 갈 길을 잃고 펼쳐져있다.
"정리하자!"
"엄마도 같이 좀 정리해 줘."
그러다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들의 모습과 이름을 발견한다.
"이게 세트야?"
"그거? 이게 진화하면 이게 되는 거야. 1 진화, 2 진화..."
"아, 진화하면 어떻게 되는데?"
"더 세져! 4 진화까지 할 수 있어."
오~ 갑자기 정리해야 할 카드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세트를 모아서 모둠정하기 하면 되겠다!
"엄마, 이거 필요한데 줄 수 있어?"
"얼마든지! 뭐가 필요해?"
"4개씩 세트로 만들어줘."
아이들은 열심히 찾아준다. 금방 6개의 세트가 완성된다. 남은 카드 속에서 아이디어를 줍고 있는 나는 이렇게 또 행복하다. 누가 천상 선생이라더니, 맞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