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어머니
“동규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세요?”
동규 사정은 동료 선생님들께 들어서 대충 알고 있었지만, 동규 어머니 이야기를 알고 있는 분은 없어서 궁금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우찌 아를 거두겄습니꺼. 지 팔자가 타고난 기라예. 내가 죽으모 저거 불쌍해서 안 됩니더. 그래서 내가 이리 질기게 삽니더. 나물이라도 캐서 장에 내다 팔아야 우리 동규 먹고살지.”
미선은 동규 할머니가 등 뒤로 밀쳐놓은 것을 바라보았다. 신문지 위로 산나물인지 뭔지 모를 풀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이런 사정에 수박은 어디서 났을까. 일부러 사신 것일까. 미선은 들고 있던 수박을 베어 물었다. 밍밍한 수박물이 입안을 적셨다. 베어 문 이상 어쩔 수 없다 싶어 흰 부분이 나올 때까지 한 번에 다 먹어버렸다.
아까부터 방 한쪽의 삐죽 열린 띠살문에 신경이 쓰였다. 미선의 마음을 읽었는지 동규 할머니께서 입을 뗐다.
“동규 어메라예. 슨상님 왔다고 또 빼꼼 쳐다보고 있는가베. 신경쓰지 마이소.”
그 말에 왠지 미선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쪽 틈에서 나를 보고 있는 눈이 있다니. 미선은 수박껍질을 한쪽으로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머니, 학교에서 동규 잘 챙겨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고, 슨생님. 벌써 가실라꼬예. 고맙습니더. 우리 동규 잘 부탁드릴께예. 동규야 머하노. 슨생님 가신단다. 인사 드려라.”
황소 곁에서 어물쩍거리던 동규가 눈알을 굴리며 미선을 쳐다보았다.
“안녕히 가세요.”
그날 밤 미선은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