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할머니
한참을 올라가던 아이는 소여물과 분비물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서 멈춰 섰다. 쓰러져 가는 한옥집을 대충 개조한 집이었다. 동규는 머리를 긁적이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좁은 콘크리트 마당은 햇빛을 반사시켜 눈이 부셨다. 마당 한편에는 황소 한 마리가 짚을 우적우적 씹어먹고 있었다. 미장을 제대로 못한 것인지 울퉁불퉁한 바닥 표면에는 소의 분뇨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할머니! 슨생님 오셨어예.”
동규는 툇마루에 가방을 벗어던지며 말했다. 마루에 앉아 채소를 다듬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얼른 신을 신으시며 내려오셨다. 격자무늬의 나무 창살에 누렇게 뜬 창호지는 툇마루에 앉아 계신 할머니의 머리칼 색과 비슷했다.
“아이고! 슨상님. 이리 누추한 데를 왔네예. 가정방문 온다캐서 오늘 아무 데도 안 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더.”
할머니의 환대에 미선은 얼른 달려가 할머니의 손을 잡아 드렸다.
“안녕하세요. 동규 담임입니다.”
“아이고, 이리 와서 좀 앉으소. 오시느라고 힘들었을낀데.”
햇살이 내리 앉은 툇마루는 따뜻했다. 동규가 축사 옆의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세숫대야에 담긴 물에 손을 씻는 둥 마는 둥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할머니는 툇마루 구석에 밀쳐놓은 쟁반을 들고 왔다. 쟁반에는 썰어놓은 수박이 여남은 개 담겨있었는데 오래전에 내놓은 듯 찬기라곤 없어 보였다. 농익은 수박 위로 파리들이 계속 얼씬거렸고 할머니는 손을 훠이 훠이 저으며 그것들을 내쫓았다. 미선은 목이 매우 말랐으나 할머니가 내미는 수박 한 조각을 받아 들고 쉽게 입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할머니, 학교에서 집까지 꽤 머네요. 동규가 오후에 남아서 공부하고 가는 날 혼자 집까지 오려면 힘들겠어요. ”
미선은 할머니가 수박을 더 권하기 전에 얼른 말을 꺼냈다.
“그 정도는 걸어 다녀야 운동도 되고 좋지예. 우리 동규가 마이 부족하지예. 슨상님이 잘 좀 봐주이소. 지 아빠 일찍 가버리고, 지 어매는 아프고, 저 놈아 거천할 사람이 제 밖에 없으예. 제가 뭐 글이나 제대로 압니꺼. 동규가 참 복도 없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