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는 올해 시내학교로 전학을 온 아이였다. 동규가 다니던 학교가 폐교되면서 동규 동네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같이 넘어왔다.
미선이 근무하는 무지개 초등학교가 있는 무지개시는 10년전만 해도 동규 동네와 다름없는 시골이었다. 혁신도시로 지정되어 발표되자마자 인근 땅값이 들썩거렸다. 대도시에 있던 공기업이 이전하면서 새 아파트가 우후죽순 올라가고 덩달아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판국이라 하지만 이곳은 아이들을 수용할 교실이 부족할 지경이다. 내년에 신설되는 학교가 있어 사정이 좀 나아질지 모르나 현재는 한 학급당 인원수가 27명인 과밀학급이 32학급이나 되었다.
차로 5분 남짓한 거리지만 동규가 사는 동네는 딴 세상이었다.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처럼 확연히 구분되었다. 마성리 아이들은 새 학교에 적응을 못했다. 동규만 봐도 그랬다. 반 아이들은 동규가 가까이 오면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피하거나 없는 아이처럼 취급했다. 교사들에게 '마성리 아이가 있는 반'의 담임은 측은지심이 드는 대상이기도 했다. 교육복지제도가 강화되면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눈에 보이는 지원이 오히려 뚜렷한 선을 긋기도 했다. 의복비 지원으로 구입한 체육복을 마성리 아이들이 교복처럼 입고 다닐 줄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다섯 명의 마성리 아이들이 똑같은 체육복을 입고 버스에서 내렸다고 상상해보라! 아이들은 '마성의 체육복'이라며 떠들었지만 며칠이 지나자 이내 관심밖이 되어 굳이 그 단어를 언급하는 아이는 없었다.
교육복지 담당 부장이 어렵사리 가정방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미선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올해 2년 차인 미선에게 학교는 힘에 부치는 직장이었다. 할 일도 많은데 가정방문이라니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규나 다름없는 미선이 둘러 댈만한 변명은 없었다. 한편으론 동규가 마음이 쓰이던 차라 차라리 잘됐다, 마음을 고쳐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