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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 살아보니 죽을 맛이다

by dingco

●반지하에 살아보니 죽을 맛이다.

서울에 사는 가구 중 반지하나 옥탑에 사는 가구수가 대략 43만 정도 된다고 한다.

그 43만 가구에 한 가구가 바로 내가 되었다.

가구수로는 43만 가구 정도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으로 따지면 120만 명 정도가 서울에서 반지하방에서나 옥탑방에 산다는 것이다. 서울시 인구가 1000만 명이니 120만 명은 10% 이상이 반지하나 옥탑에 산다는 수치다.

옥탑의 구조상 일반 집처럼 지어진 것이 아니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울 수밖에 없지만 공기는 맑다.

그런데 반지하나 지하는 사정이 다르다.

내가 반지하게 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

주변에서 반지하나 지하에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는데 돈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반지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정말이지 지하로 내려가기 이전에는 매일 새벽에 운동을 나갔다. 일어나는 것이 개운하고 불편함이 없었다. 그래서 전날 좀 늦게 자더라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눈이 뜨여지고 운동을 나갔다.

평생을 운동했기에 별 어려움 없이 나가서 관악산 둘레길을 따라 서울대 풋살장을 열 바퀴 돌고 돌아왔는데 반지하에 들어간 지 6개월이 된 지금은 내 몸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ㅠ

아침운동은 고사하고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겨워졌다.

반지하 입주 후 그래서 1개월은 견딜만했다. 어쩌다 늦잠을 자기도 했지만 몸 상태가 나빴다는 생각으로 견딜만했다. 그런데 두 달 세 달이 지나면서 늘 새벽에는 몸이 축 처지고 매사 힘이 없고 집에만 오면 몸이 늘어져 앉아 있는 게 힘들어졌다.

가슴이 답답한 게 마치 환자가 되듯 하였다.

새벽운동을 못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밖을 나가면 심호흡을 하게 되고 가슴을 두 손으로 치게 되는 게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솔직히 6개월이 지난 지금 폐가 다 밍가 진 거 같다.

무릎연골이 없어도 조금씩 달렸는데 이제는 가슴이 답답하고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아 달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 담배도 안 피우는데 담배를 삐우는 것보다도 더 폐를 망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돈을 들여서 방에 제습기를 사놓았다. 아침에 제습기를 작동하고 나갔다가 오후에 돌아오면 물이 꽉 차있다. 바가오는 날이면 더 습하다.

방은 늘 습하다. 그래서 발이 많이 달린 벌레가 수시로 기어 다닌다. 더 놀라운 것은 식기와 수저 등을 며칠만 사용 안 하고 놔두면 곰팡이가 붙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밥솥에 밥을 뜨려고 주걱을 쥐었다가 식겁을 했다. 주걱이 시꺼멓게 뭐가 붙어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곰팡이였다.

나름 청소하고 깨끗하게 산다고 하는데도 반지하에 산다는 게 이렇게 열악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주인에게 얘기했더니 기일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 지금 진퇴양난이다.

그냥 살려니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나갈 수도 없다.

솔직히 나는 일반인들보다 폐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담배연기도 저 멀리에서 맞고는 비켜갈 정도다. 그런데 반지하 방에 살면서 박지하의 열악성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럴진대 현재 반지하에 사는 그 43 만가구 120만 명 정도는 나쁜 것도 모르고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끔찍하다.

자신의 폐가 심장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답답하다.

나는 지금 반지하를 탈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계약기간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산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 기분 좋게 땀 흠뻑 흘리며 아침운동을 다녀오는 지난 6개월 전이 그립다.

아 빨리 반지하를 탈출하고 운동을 마음껏 하고 싶다

나는 언제쯤 반지하를 탈출할 수 있을까 ㅠ

돈없는 서러움이 이런거라는걸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죽도록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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