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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마라톤대회 후기 (고마운 친구에게)

by dingco

●북극마라톤대회 후기(고마운 친구에게)

평생을 마라톤으로 살아오면서 여러 나라를 다녀봤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선수생활을 하면서 다녔던 것인데 그때는 젊기도 했지만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이 관광으로 가는게 아니라 대회나 훈련으로 갔기에 관광이라는 것 자체가 기억에 남는게 없다.

사진이야 몇장 찍지만 그곳을 갔다 왔다는 정도지 결국은 경기나 강도 있는 훈련에 여유를 가질 분위기가 아니었다.

훈련이 힘들면 관광도 하지않고 숙소에서 쉬면서 잠을 더 자거나 편하게 쉬는게 더 좋기도 했었다.


관광이라고 해본 건 은행근무 시절 3,800여명의 직원들 중 10명이 우수직원으로 선발되어 뉴질랜드와 호주를 6박7일 정말 편하게 구경하면서 맛있는거 먹고 즐겁게 다녀온게 기억난다.

선수시절에는 5~6개국을 대회나 훈련을 가봣지만 집중해야 하는 경기가 있다보니 관광자체가 피곤하고 부담이 되기도 헀고,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해외에 나가는 것은 성적이라는 것이 따라와야 하기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었다.


이 나이까지 오면서 타인을 위한 마라톤 대회나 다른 종목 스포츠 대회는 수백번을 치러왔지만 정작 나를 위한 마라톤 대회 참가는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이번에 북극마라톤대회는 느즈막히 60을 넘어 도전해 보는 극한의 마라톤 대회였다.

성형외과 원장인 친구가 함께 북극마라톤대회를 가자고 지난 5월달에 얘기를 하여 망설였다.

첫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항공료 포함 참가비. 호텔. 식비 등 내 한해 수입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선듯 답을 줄수가 없어서 머뭇거렸다. 그런데 비용은 걱정말고 함께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등록을 하였다.

둘째 무릎상태가 달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특히 지하로 이사하면서 그나마 새벽운동을 하던게 지하의 눅눅함으로 몸이 늘어지고 망가져서 운동을 못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자신감이 갈수록 떨어졌다. 그래서 더 늦었다가는 안되겠다 싶어서 대회 참가를 취소하고 혼자만 갔다오라고 했는데 이미 항공료 포함 참가비, 기타 비용까지 모두 납부해서 취소가 안된다고 한다.

셋째 도저히 하프를 완주할 자신이 없었다.

운동을 하고 근육운동으로 주변근육을 키워봐도 무릎통증이 딱 10km까지만 견딜수 있었다. 함께 달리게 되면 내가 페이스메이커를 해줘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이 친구 하는 말 그냥 관광하러 가는 것이니 부담같지 말고 편하게 다녀오자고 한다.

친구지만 나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이 얘기를 들으니 내 마음을 속죄어오던 부담감이 한순간 풀어지면서 마음의 응어리가 날아간듯 했다.


그래도 한켠에는 너무 큰 금액이라 부담이 있어서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싶어서 나름 준비해서 전달했다.

돈으로 따지면 수십만원도 안될 금액이지만 이것이 전부라서 마음을 담아 전달했다.이 친구 돈이 없는것도 아니고 분명 집에 장비가 있겠지만 나의 성의를 진심으로 고맙게 받아줘서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북극의 마라톤대회 일정이 시작되었다.

10월 21일 오전 8시30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 15시간40분을 비행해서 파리로 가서 바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탓다. 파리에서 코펜하겐까지 4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그곳에서 1박을 하고 주최측에서 마련한 전용기로 그린란드까지 비행해서 북극에 도착했다.

다음날 코스 답사를 하고 24일 풀코스 대회를 하고 25일 하프 대회를 진행했다.

주최측에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풀코스 참가한 선수들이 하프코스를 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참가비는 15만원을 더 내야 한다. 몇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프도 참가했다. 기록보다는 경치와 완주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인것 같다.

24일 풀코스 대회는 짓눈깨비가 내리고 비교적 포근했다.

하지만 하프 대회를 하는 25일에는 전날 밤부터 내리고 있는 눈으로 온통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고 대회를 하는 종일 눈이 내렸다.

다행이도 비교적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아서 달릴만 했고, 빙산과 반판, 눈길을 달렸다. 다행이도 아이젠을 해서 미끄러지지는 않았지만 아이젠이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워 거리가 멀어질수록 다리에 부담이 많이 되어 10km 급수대에서 벗어 버렸다.

눈길은 미끄럽다.13km지점에서 호되게 뒤로 넘어졌다. 그후 조심해서 걷기와 뛰기를 했다.

무릎상태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무릎통증도 통증이지만 왼 무릎을 조심하다보니 자연 골반이 비틀어져 골반, 허리까지 통증이 몰려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달렸다. 내색하면 이 친구까지도 힘들어 질게 뻔한데 내색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친구의 페이스메이커를 하면서 이끌고 가야 하는데 통증으로 쉽지 않았다.

중간에 포기해야 할까를 몇번이나 고민했지만 이렇게 포기하면 북극까지 온 보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끝까지 달렸다.

하프가 이렇게 길줄은 처음 알았다. 눈길의 미끄러움과 고통을 참아내고 친구와 함께 골인하는 순간 마음이 편안하고 해냈구나 하는 감사함이 몰려왔다.

이 순간까지 함께해준 친구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북극에서의 마라톤 대회는 끝났다.

솔직히 출발전 은행에서 100만원을 달러로 바꿔서 가방 깊숙히 가지고 갔다.

그런데 한푼도 쓰지 않았다.

아니 친구가 모든걸 해줘서 사용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마음이 편할리 없었지만 내 형편상 그냥 막 사용할 수가 없어서 미안했지만 꾹 참았다.


이번 대회는 29개국에서 120여명이 참가했다.

저녁에 시상식 겸 만찬이 열렸다. 나는 영어가 안되니 일일이 친구가 통역해주고 나를 도와주었다. 주객이 전도 되었다는 말이 이럴때 쓰는 걸까. 내가 친구를 도와줘야 하는데 대회일정 내내 오히려 내 곁에서 통역도 해주고 함께 다니면서 설명까지 해줘서 그져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번 대회는 참 운도 좋다.

대회 후 밤새 기온이 영하18도 까지 내려갔다.

창밖이 한눈에 봐도 꽁꽁얼어 있고 차가움이 그냥 보이는거 같았다. 영하 40도 까지도 내려간다는데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귀국길에 몸을 실었다.

왔던 하늘길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올때 장장 24시간이 걸렸는데 돌아갈때 또24시간을 갈 생각하니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이 평가전을 하러 왔다갔다 한다는게 세삼 정말 힘들구나 느끼게 되었다.

다행이도 지구의 자전으로 파리로 갈때 15시간40분 걸렸던 시간을 11시간20분으로 단축되었는데 그 4시간의 짤은 비행편이 정말 가깝게 여겨졌다.

인천공항에서 친구의 빌딩이 있는 신사역 신타워에 가는 차 안에서 친구에게 솔직한 내 형편을 얘기하고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번 북극마라톤대회의 모든 경비를 보태준 친구에게 고맙고 감사함을 얘기했다.

이 친구 하는 말.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고 친구를 위해 사용하는 금액이라 전혀 아깝지않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가자고 한다. 그리고 빨리 지하를 탈출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솔직히 수천만원의 비용을 조건없이 사용해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

신타워에 도착 후 간단하게 샤워하고 잔치국수를 저녁으로 먹으니 꿀맛이었다.

그리고 나는 가방을 메고 지하방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북극마라톤대회의 일정에 대해 적어봣다.

그리고 이 글은 친구인 신사역 bio성형외과 신용호 원장께 이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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