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와이프> 를 돌아보니 드는 생각
명대사를 쓰는 법은 대사가 아니라 상황이 중요하다. 그저 평범한 대답인 "네" 한마디도 명대사가 될 수 있다. 북유럽에 가보진 못했지만 어느새 나의 인간관계는 북유럽의 특징 중 한가지인 "미니멀 라이프" 를 소유하게 되었다. 나의 문제인가? 타인의 문제인가? 신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제목에서부터 이중적 성격을 나타냅니다. 와이프를 그저 아는 사람으로 표현하는데 왜이리 어색하지 않는지.유부남들은 하나같이 결혼을 비극으로 표현합니다. 한명의 말을 빌려보면 미루면 미룰수록 좋은것이 두가지가 있다고 하는데요.그 중 한가지가 죽음이고 또 다른 것은 결혼이라고 말하네요.
드라마 속 남자는 결혼으로 인해 자신과 와이프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견디지 못해 이기적고 성급한 해피엔딩을 선택합니다. 타임워프를 통해 와이프를 처음 만났던 공간으로 시간을 되돌리죠. 그렇게 되돌아간 남자는 그녀와의 만남을 지나치고 새로운 여자를 만납니다. 하지만 인연은 철륜과 같았고, 멀리서 보니 그녀는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성급한 해피엔딩을 후회하고 결국 또 한번 그녀에게로 돌아가죠.
한발 짝 멀리 떨어져 바라본 여자의 모습은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돌아갈 만큼 애틋했습니다.. 그저 결혼이란 터울 아래 상황이 서로가 서로를 사무치게 외롭게 만들었나봅니다.
"그때 너는, 울고 싶었구나.. 위로받고 싶었구나.. 사무치게 외로웠구나.."
아는 와이프 대사 중
"아는 사람"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갔으면 친구가 되었을 수 있고 혹은 연인이 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인간관계의 노이로제에 걸린 저는 어떠한 관계도 형성하지 못한채 그저 예약을 걸어둔 것 같아요. 언제든 친구를 해야지. 언제든 연인을 해야지하면서...
그런데 아는사람들은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처럼 예약이 되지 않나봐요, 제가 중히 생각하지 않으니 그녀들에게도 마찬가지였겠죠. 즐거움 속에서도,슬픔 속에서도,어떠한 시간 속에서도 떠올리지 못하는 그저 아는사람이란 관계의 결말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고 마니 말입니다. 그저 길가다 만나면 "안녕"이라는 단어도 아까운 사이가 되어버립니다.
반대의 "아는사람"역시 존재하지요. 헤어진 연인. 오랜기간 만나지 못한 친구. 남보다 못한 가족들. 길을 지나치다 우연히 만나더라도 섭섭한 우리의 사이. 아는사람이라는 단어로 그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는 사람 이야기인데.. 들어봐줄래?"
일년 전 만난 그 여자아이 있잖아. 처음으로 프로필 사진을 해놓고 너희들에게도 처음으로 소개한 그 애와 있었던 일이야. 퇴근 후 만사가 귀찮아지는 저녁 12시였어. 까톡이 오더라고 지금 선배와 같이 있는데 오빠 소개해주고 싶다며 나오라며 말이야. 워낙 술을 좋아하는 그녀라 같이 술을 먹자는 이야기인 줄 알고 모른척 전화를 세번정도 피했어. 그렇게 카톡이 오는데 그거마저는 차마 피하지 못하겠더라고. 답을 해줘야겠단 생각에 답장을했지. "잠자느라 몰랐네 전화했었네?"
그렇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오늘은 피곤해서 너가 있는 곳으로 못가겠다 그랬어.
그렇게 어긋난 우리의 헤어짐도 어느정도 예상이 된 시점이 바로 거기였어. 그리고 우린 그렇게 헤어졌지. 술을 좋아하는 그녀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누구보다 당사자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을테니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잘 못한것 같아. 어떻게든 그녀를 혼자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선배들 사이에 나를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불렀을텐데 ,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까지 그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을까. 외로웠을까. 별 것 아닌 일이 그때는 왜이리 귀찮았는지.. 아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기억나네. 그녀와 내가 헤어진 이유.
저는 드라마처럼 그녀에게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죠. 과거가 되어버린, 이제는 아는사람이 되어버린 그녀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니 그녀를 외롭게 만들어버린 제가 보이네요. 수많은 선택들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외롭게 만드는 선택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구를 혼자 기다리게 만드는 일도, 전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일 또한 말이죠.
저의 사소함이 상대방에겐 "외로움"이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