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구나

오 나의 스물 여섯번째 가을

by 은원


사랑은 정직하다. 받은만큼 배로 내뿜어주는 세상의 사랑은 정직하다. 햇빛의 사랑을 머금고, 바람의 시원함을 빗겨내고, 내려오는 빗물을 견딘 나무야 말로 주는만큼 우리에게 모든걸 내려놓는다,

나무의 사랑이야 말로 정직하다.


아낌없는 사랑에 대해 찬사를 보낼때즈음 나이를 먹어갔고, 수 십년의 세월 동안 제자리에 있는 나무를 보며 경이로 웠다. 그렇게 또 한번 벅찬 사랑에 견디지 못해서가 아닌 또 다른 사랑을 머금기 위해서는 비워야 된다는 걸 아는 것 마냥 나무의 잎들이 거리를 수놓았다.


가을의 공기는 다른 계절의 공기와는 다르다. 약간의 외로움이 담겨있고, 쓸쓸함이 담겨있다. 가을 옷 사야되는지 고민하게 만들 때 쯤 그 가을은 우리를 지나간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데 유독 가을은 짧다.


가을은 외롭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걸어도 나 혼자이고, 카페를 가도 혼자이다. 이 계절은 잠시 세상의 소리에서 멀어져 계절의 소리를 듣기 좋은 계절이기에 잠시 나를 비켜갔나보다.

탐스러운 단풍잎이 눈을 만족시켜 주고, 바스락 거리는 단풍튀김의 부셔짐이 귀를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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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특유의 소리가 있다. 하루가 시작되지 얼마 안되 세상이 잠이 덜 깬 새벽 3시, 나는 가을의 소리를 만끽하기 위해 기다린다. 방문의 문을 모두 열어두고 이어폰에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을 틀어 놓는다. 화면에는 빈백지에 깜빡이는 커서를 세워둔 채 눈을 감는다.


막연한듯한 소리들이 몸 속을 파고든다. 어떠한 소리에도 묻힘이 없는 가을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누군가 세상에 리모컨을 가져다 대고 음소거 버튼을 눌렀나보다. 가을의 볼륨이 커졌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그 소리를 듣노라면 아무런 이유없이 외로워지며 경건해진다.

어디서부터 이 외로움이 시작됬는지 고민해보지만 가을마다 이 외로움의 시발점을 찾지 못한다.

올해도 그냥 이게 가을의 매력이구나 하며 넘긴다.


가을비는 다른계절의 비와 다르다. 많이 쏟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적게 쏟아지지도 않는다.

마치 자신을 흘려내리지말고 스며들게 해달라는 듯한 딱 그정도의 비만 내린다. 한번은 이 가을비를 맞고싶어 우산을 두고 나간적이 있다. 우산을 든 채 가을 비를 맞는다는 건 청승맞아 보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스물여섯번째 가을의 시작되었다.


그렇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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