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를 앞둔 날이다. 1년 전 사진을 들춰 보니 남쪽 지방이라서 매화가 피었었는데 지금은 아직도 한 겨울인지 봄을 꿈꾸고 있는지 매화는 미동이 없다.
평소 다니는 길, 햇살이 두꺼워 산책을 나섰는데 바람 결은 1월 보다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아마 얼마 있지 않아 봄꽃이 한꺼번에 아우성을 지를 것 같다.
계절의 봄, 마음의 봄 모두 그리워 할 것이지만 뉴스에서 전하는 소식은 마음의 봄을 동토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혼란할까? 문득 생각해 본다. 교회에서는 이 세상을 하나님께서 6일만에 만들고 7일째 되는 날 쉬셨다고 한다. 그런 창조물 중에 하나가 자신의 형상을 본 떠 만든 사람이다. 하나님의 성정을 그대로 타고 났다면 이 세상이 이렇게 어지럽지 않았을 것인데 진실이 뭔지 아리송하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만일 창조론이 맞다면 창조주의 오류일 거라고. 하나님이 창조한 만물 중 제일 사악한 부류가 인간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 중에 2%라는 선이 있기에 세상이 유지되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 봄을 기다리지만 욕망의 단두대 위에서까지 사악해 질 수 있을까?
"창조주여 왜 이 세상은 욕망으로 가득찬 소담과 고모라 같습니까?"
외치는 마음이야 봄 볕보다 강하지만 이 또한 개인의 생각이리라.
봄이 늦었지만 꼭 온다. 우리의 정치 현실도 세계의 현실도. 왜냐하면 아직 선하고 착한 사람이 많으니까. 그 보통 사람의 숨결을 모르는 욕망의 칼날을 휘두르는 부류도 봄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날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