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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서

by 청솔

벌써 10년이 넘었다. 아기들이 있는 방은 신선하고 희망에 넘치는 밝은 톤이지만 요양원에 들어서면 실내 공기 부터 다르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모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요양병원으로 옮길 때 였다.

"이곳은 걸어 들어가서 죽어서 나오는 곳인데, 싫다."

그래도 자식들 편하라고 억지로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지금은 그 일이 언제나 마음에 걸린다.

지난 토요일 아이의 외할머니가 머물고 계신 요양병원을 찾았다. 한 때는 큰 아이도 따라 왔지만 언젠가 돌아오는 길에 요양병원에 가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사는게 뭔지 모르겠다 하여 다음부터 따로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여 강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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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요양병원에 있다 보니 근육은 모두 빠져 나가고 앙상한 뼈에 살갗만 두르고 있다. 피부가 약하여 조금이라도 힘이 닿을 것 같으면 멍이 든다. 지금은 내 일이 아닌양 잠깐 얼굴만 보고 다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보는 자신을 본다.

20여분의 짧은 면회를 하면서 저 모습은 이제 나의 모습으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하지만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삶은 생노병사란 말이 있다. 50대 이후가 되면 남은게 병과 사이다. 그리고 지나온 길이 거리 길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조금은 귀와 입이 순해지는가 본다.

젊음에게는 희망과 도전을 중년에게는 중후함을 노년에게는 욕심을 들어내며 관조하는 삶을 사는게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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