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에서 외향인이 된 호떡

속은 뜨겁고, 겉은 눌려있었던 나의 사춘기.

by 정채린

중학교 2학년, 봄. 첫 등교가 시작되고 그다음 주 월요일, 이아란이라는 애가 나한테 말을 걸었어.

착한 애였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 반대였지.

나는 조용한 아이였지, 말 없고, 튀는 일도 없었어.

그런데, 이아란 덕에 내 학교생활은 완전히 바뀌었어.

이아란은 날라리였어. 일진은 아니고, 이진도 삼진도 아닌, 그냥 날라리.

세세한 분류가 뭐가 중요하겠어. 어쨌든 불량한 무리에 끼어 있는 애였어. 키도 크고, 살집 있고, 덩치도 컸어. 나중에 보니까 집도 잘 살더라. 걔네 아빠가 수입차 딜러라나 뭐라나.


학교에서 아이들은 늘 몇 가지 부류로 나뉘잖아.

걔는 무리의 힘을 뒤에 업고, 약한 애들 괴롭히며 자존감을 챙기는 부류였어.

쎈 애들 옆에서 잔심부름하면서도, 자기만의 사디즘은 꼭 발휘해야 직성이 풀리는 애.

누군가를 괴롭혀야만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인간.

나는 그런 애랑은 절대 엮일 일 없을 줄 알았어.

근데,

1교시가 끝나자마자 이아란이 와서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더라.

1교시 쉬는 시간엔 내 서랍에 쓰레기를 가득 넣었고.

2교시엔 내 머리카락에 지우개 가루를 털었고

3교시엔 내 교복 등판에 연필로 낙서했어.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 땐 사라졌더니,

5교시 쉬는 시간엔 와서 욕하면서 시비 걸더라고.


이런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당시 내 생각은 이거였어. ‘와... 내가 만만해 보이나보다. 별 일이 다 생기네.’

당연한 얘기지만, 반 애들은 내가 괴롭힘 당하는 걸 보면서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어.

속으로는 그랬겠지.

‘쟤가 올해의 타깃이구나.’


작년, 이아란이랑 그 똘마니 여자애가 괴롭히던 애는 박정선이라는 애였어. 한쪽 다리를 절고, 경계선 지능인 겉도 속도 약한 아이. 근데, 올해 타깃은 내가 된거야. 그러니까 난, 내가 걔랑 같은 레벨로 취급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진짜 나빴어

어른이 된 지금 보면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이해해 줘. 그때 나는 열세살이었으니까.


이윽고, 6교시가 시작됐어. 과학 시간이었거든. 과학 선생님은 그날 배울 내용을 설명하고 나서 칠판에 문제를 적고 날짜를 확인했어.

그런데 우연히 그 날짜 번호가 이아란의 번호였지. 걔를 불러서 칠판 앞에 세우더라. 그게 기회였어.

나는 걔가 공부 못하는 거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어.

나처럼 튀지 않는 애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도. 날라리들에 대한 소문은 빠르잖아.

예상대로였어. 문제 못 풀더라. 학기 초라 문제도 쉬웠는데.


그때 과학 선생님이 의외의 말을 했어. "이거, 나와서 풀어볼 사람?" 한국 선생님은 그런 말 잘 안 하잖아. 나는 이 이후로도, 그렇게 묻는 선생님을 거의 본 적 없어.

그리고 한국답게 아무도 손을 안 들었지. 이제 5초 정도 더 지나면 반장이나 부반장이 의무감에 손드는 타이밍이 오겠지. 다들 그 타이밍을 기다리는 그 순간,

내가 손을 번쩍 들었어.

그때 애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말 없고 표현도 잘 안 하는 애,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모르는 애. 아니, 이름조차 모르는 애가 손을 든 거니까.


아이들은 놀랐지만, 선생님은 태연하게 "나와서 풀어봐" 하고 날 불렀고,

나는 막힘없이 문제를 풀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지.

근데 그다음 말이 또 의외였어. "오~ 채린이 잘했어. 대단해!"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니까 이아란이 뒤돌아보더라?

나는 1분단 뒤에서 세 번째 자리였고, 걔는 2분단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거든. 나를 째려보는 그 얼굴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반 전체가 들을 수 있게 말했어.

"너 이것도 몰라?"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어.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 그게 더 쎘던 것 같아.

애들은 잠시 당황하다가 빵 터졌고, 그 순간 이아란 표정이... 진짜 그 구겨지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


그리고 종례 시간. 세 번째 우연이 겹쳤지.

담임 선생님이 회의 때문에 바쁘다고 종례를 못 오신다고 했고, 반장이 “우리가 알아서 마무리하고 하교하래.”라는거야. 그 말의 의미는 오늘 하교시간은 옆반도 그 옆반도 선생님이 안계신다는거였어. 반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아니나다를까 이아란이 가방을 메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거야. 그리고, 다짜고짜 나를 때리려 들더라?


근데 말이지, 나는 3남매 중 장녀야. 게다가 남동생도 있어.

몸싸움?

그건, 내가 동생들이 태어난 날부터 거의 매일 실전으로 해온 거였어.

삼남매인 사람들은 알 거야. 매일 같이 놀고, 그러다 매일 싸우고, 그중엔 당연히 몸싸움도 있지.

나는 그게 그냥 일상이었어.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실전경험이 풍부한 생활 파이터였던 거지.


그리고 나도 키가 컸어. 살집은 없었지만, 6학년때 이미 160cm를 넘었거든.

그냥 나는 조용하고 말 없고, 말할 필요도 잘 못 느끼고, 친구도 많이 필요 없는 그런 애였을 뿐이야.

요즘 말로는, 그런 애를 “힘 숨 찐”이라 부른다더라.

힘을 숨긴 찐따. 그게 나였던 거지.


이아란이 팔을 뻗어서 나를 때리려는 순간, 나는 앉은 채로 몸을 틀어 발로 걔 몸통을 퍽 차서 넘어뜨렸어.

그 다음 위에 올라타서, 두 팔을 잡고 눌렀지. 순식간이었어. 내가 그렇게 힘이 센 줄 아무도 몰랐을 거야.

난 세 살때부터 열두 살 때까지 수영을 했어. 이아란을 찰때, 힘 조절한 거였어. 딱 넘길 정도로만 살살.

세게 차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뒤집어진 개구리처럼 책가방을 깔아뭉긴채 엉덩방아를 찧은 이아란의 위에 올라타서 말했어.

“다신 날 괴롭히지 마.”

이아란은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소리를 꽥 지르고는 교실을 나가버렸어.

애들은 멍했고, 나는 시원하진 않았지만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했어.

이 이야기의 진짜 웃긴 부분은 여기부터야.

그다음 날부터 이아란이 나랑 친해지려고 했거든.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과 떠들기 시작했어. 점심시간에도, 하굣길에도, 여중생의 에너지에 딱 맞게 웃고 떠들었지. 깊은 친구까진 아니어도,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어. 내가 활발해지자, 날라리 남자애들이 나한테 관심을 보이더라? 만화책 돌려보자고 하고, 그림 좀 그려달라고 하고, 피구 시간엔 내 앞에 서서 공 막아주고. 왜 그랬는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랬어.


그리고 이아란이 자기 집에 나를 초대했어. 걔네 부류 특징 알잖아.

강약약강.

자기보다 센 애한텐 순하고, 약한 애한텐 군림하려 드는.

몇 번이나 걔네 집에 놀러 갔고, 걔네 엄마가 차려주는 간식도 먹었어.

처음 그 집에 갔을 때 청포도 주스랑, 이아란의 엄마가 직접 반죽해 만들어 구워준 호떡을 먹었거든.

그 호떡은 속이 듬뿍 들어있고 쫀득하니 진짜 맛있었어.

그리고 청포도 주스는 태어나서 처음 마셔본거였는데, 천상의 맛이었지.

근데 내가 그 집에 몇 번이나 더 갔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걔네 집 식탁 위와 거실 벽에 걸려 있던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 2점 때문이였어.

처음 보는 순간, 투명한 물방울들이 캔버스 위에서 살아 숨쉬는 것만 같았어. 빛을 머금은 채 언제라도 흘러내릴 것처럼.

나는 그 그림을 봤을 때 처음으로 미술의 아름다움을 맛보았어.

이아란이 그 그림 비싸다고 자랑하던 말도 생각나. "우리 아빠가 직접 사온거야. 집에 이런 그림 있는 집 별로 없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나도 그림을 그려서 돈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그 꿈을 이뤘어. 김창열 화백처럼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지만, 내 손끝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이 스크린 위에서 숨쉬게 되었으니까. 애니메이터와 디자이너로서 내 그림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중학교 시절 그 거실에서 본 물방울 그림이 떠올랐어.


그러니까,

그날, 내가 먹은 건

호떡 한 조각

청포도 주스 한 컵

통쾌한 승리 한 입

그리고 물방울처럼 영롱한 인생의 방향 하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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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찰호떡 (8~10장 분량)


- 재료

ㆍ 건식 찹쌀가루 300g

ㆍ 중력분 100g

ㆍ 설탕 1큰술

ㆍ 소금 1작은술

ㆍ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ㆍ 뜨거운 물 1.5컵 (약 300ml)

ㆍ 흑설탕 ¾컵 (약 80g)

ㆍ 계피가루 1작은술

ㆍ 견과류 다진 것 2큰술

ㆍ 식용유 1큰술 (반죽용) + 튀김용 적당량


- 만드는 방법

ㆍ 큰 볼에 찹쌀가루, 중력분,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섞는다.

ㆍ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을 한다. 반죽이 길쭉하게 늘어질 정도로 부드럽고 쫄깃하게 만든다.

ㆍ 식용유 1큰술을 넣고 다시 반죽해 윤기 나고 부드럽게 만든다.

ㆍ 흑설탕, 계피가루, 다진 견과류를 섞어 속을 준비한다.

ㆍ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 동그랗게 펴고 속을 넉넉히 넣은 뒤 잘 감싼다.

ㆍ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중약불에서 반죽을 눌러가며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ㆍ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콤한 흑설탕과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찰호떡 완성!


- 포인트

ㆍ 뜨거운 물로 반죽해 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식용유를 넣어 부드럽고 윤기 나게 만듭니다.

ㆍ 속은 흑설탕과 계피가루, 견과류를 섞어 달콤하고 고소하게 준비합니다.

ㆍ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구워야 속까지 잘 익고 겉은 바삭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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