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과 생크림 사이, 너와 나의 틈

당신의 입안은 경계를 허용할 준비가 되었는가?

by 정채린

그날은 조금 이상했어.


버스를 한 정거장 잘못 내렸어.

문자에 자꾸 오타가 났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나왔어.

심지어 디카페인이래. 내가 잘못 눌렀더라고.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마셨더니 뭔가 부족한 거야.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다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져서 아무 데나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계산대 옆 쇼케이스에 진열된 생크림 빵이 맛있어 보이었어.

겉은 노릇노릇하고 동그랗고, 약간 작은 크기여서 점심과 저녁 중간에 간식으로 먹게 딱 좋아 보였거든.

마침, 아침도 안 먹고 나왔기때문에 약간의 출출함도 달래주고, 동시에 아메리카노의 쓴맛도 시원하고 부드럽게 감싸줄 것 같은 느낌.

좋아해서 자주 먹는 생크림 빵의 예상할 수 있는 안정감을 기대했지.


익숙하다고 믿은 순간, 그 안에 오해가 숨어 있었다.

첫입을 베어 문 순간, 부드럽고 차가운 생크림이 혀끝을 먼저 스쳐 지나갔어.

'음, 맛있네.' 싶던 찰나, 갑자기 느껴진 묵직하고 쌉싸름한 단팥의 질감이 혀를 스쳤지.

순간 멈칫했어.

"어, 이게 뭐지?"

생크림 빵인 줄 알았던 내 착각은 팥과의 갑작스러운 조우로 뒤틀렸어.

그건 단순한 오해였지만, 아주 정확하게 나를 흔들어놓았지.


기대하지 않았던 단팥. 예상 밖의 단단함과 씁쓸함.

그 한입에, 나는 오래된 감정을 떠올렸어.

어렸을 적, 할머니는 자주 호박죽을 끓여주셨는데 호박죽에는 항상 팥 알갱이가 들어 있었어.

팥은 달콤하고 노랗고 부드러운 호박죽을 함부로 침범하는 호박죽의 불청객이었어.

내가 팥죽에서 팥을 골라낼 때마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내 입에서 뱉어내는 팥알처럼 튀어나왔지만, 나도 고집이라면 어디서 밀리지 않아.

나는 할머니가 호박죽을 끓여주실 때마다 한결같이 팥을 골라냈었지.


반면에, 생크림은 정말 좋아하는 것 중 하나야. 생크림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하얗고, 부드럽고, 달콤하며 가벼운 질감.

그 안에 어떤 의외성도, 비밀도 없는 순수한 맛.

씹히는 질감이나 색의 변화도 없이 그저 입술과 혓바닥에서 녹아드는 부드러운 우유의 진심이 담겨있지.


내가 싫어한 것은 맛이 아니라, 그 낯섦과 충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나였다.


생크림 단팥빵은 두 세계의 충돌이야.

팥과 생크림, 씁쓸함과 달콤함. 단단함과 부드러움.

어쩌면 나는 그날, 그 둘 사이의 틈에서 흔들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 흔들림으로 나는 조금 변했어.


크림 단팥빵은 반으로 나눠 먹어야 해.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팥이 많은 쪽과 크림이 많은 쪽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어. 이유는 간단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쪽만 너무 무거워지거든.

누군가를 사랑할 때처럼. 혹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의 마음처럼,

단팥만 가득하면 너무 진하고, 생크림만 있으면 빨리 녹아 허무해져.

쌉싸름한 팥의 깊이와 크림의 부드러움이 정확히 겹칠 때, 비로소 '맛있다'는 감정이 찾아오거든.


진심은 항상 부드럽지 않고, 낯선 씹힘과의 타협 끝에야 비로소 삼켜진다.


그건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예상치 못한 오해와 충돌이 가끔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잖아.

나는 그날 실수로 크림 단팥빵을 집었고, 그다음부터 종종 일부러 크림 단팥빵을 사 먹게 되었지.

그날 나는 깨달았어.

어떤 것을 영원히 싫어한다거나, 또는 영원히 좋아할 수는 없다는걸.


생크림과 팥의 이상한 조합 앞에서 내 세계는 조금 넓어졌어.

나는 싫어하는 것의 좋은 부분과, 좋아하는 것의 싫어하는 모든 부분을 볼 수 있게 됐어.


언제부턴가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알게 되었어.

어울림과 어울리지 않음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음을 배웠지.

이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도 닿아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적절히 타협하고 섞어가며 ‘견딜 수 있는, 그리고 더 행복해지는 조합을 만드는 방식.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것에 기대어, 싫어하는 것을 조금씩 용서하게 되는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행복일 거야.

그건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크림 단팥빵 레시피 (2인분)

- 재료

시판 단팥빵: 2개

생크림: 125ml

설탕: 8g (생크림의 6%)

(선택 사항) 연유: 5g

- 만드는 방법

생크림 휘핑 : 볼에 생크림과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단단해질 때까지 휘핑합니다.

연유를 약간 추가하면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빵 준비 : 빵칼을 이용하여 옆면을 자르거나 윗부분에 칼집을 넣어 생크림을 채울 공간을 만듭니다.

생크림 채우기 : 짤주머니나 스푼을 사용하여 단팥빵 속 빈 공간에 휘핑한 생크림을 듬뿍 채워줍니다.

냉장고에 넣기 : 냉장고에 잠시 넣어두었다 드시면 더욱 맛있습니다.

♡ 단팥·생크림·응원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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