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료, 다른 빵. 스콘과 쿠키

나에게는 자살한 친구들이 있다.

by 정채린

나는 많은 죽음을 스치며 살아왔어


내가 목격한 바로는, 죽을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결국 죽고, 죽지 않을 사람은 어떤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살아남더라.


그래서 내가 쓰는 이야기들은, 죽음을 막지 못해 자책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이야기와, 자기 죽음을 막아냄으로써 스스로를 구해내는 영웅에 대한 것들이 많아.


내가 쓴 동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구원해',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언제나 꽉 닫힌 희망의 서사를 가진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 동화에서 중요한건 사랑으로 스스로를 구하는거야. 선은 항상 승리하고, 악은 항상 패배하지.


내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을 찾아 방황해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있는가,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나는 무엇을 향해 가다가 길을 잃은 걸까.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을, 어떤 물질을, 어떤 마음을 잃어버린 걸까.'

이런 질문들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탐색하고,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 나서지.

그들은 그 조각들을 찾을수도 있고, 다른 것을 찾을수도 있어. 중요한건 과정이고 성장이야. 모든 선은 승리하지 못할수도 있지만, 모든 악은 항상 패배해.


동화는 내가 바라는 세계의 완성형.

소설은 내가 살아온 세계의 미완성형.


동화는 나의 마음이 원하는 세계.

소설은 나의 마음이 견뎌온 세계.

동화를 쓸 때 즐거운 건, 내가 내 욕망을 알기 때문이고,

소설을 쓸 때 무거운 건, 그 욕망이 얼마나 자주 부서졌는지를 알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야기하고 싶어.


나는 내 남은 인생이, 내 스스로 완벽히 구해내는 하나의 동화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나온 글들로 독자들도 자신을 구해낼 밧줄을 만드는 법에 대한 작은 힌트를 얻어가길 바라.

내가 쓰는 글들은 과거에 두고 온 어린 나에게 던지는 밧줄이자,

현재와 미래에 밧줄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야.

밧줄을 만드는 건 독자 스스로 해야하지만, 재료를 구하고, 엮고, 고정하고, 타고 올라가는 과정이 조금이라도 수월해지길 바라며, 그 모든 단계에 필요한 알짜배기 팁들을 담고 싶어. 그래서 삶을 두려운 모험이 아닌, 즐거운 모험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줄의 재료는 내 문장이지만, 그 문장을 엮는건 독자의 감정이고, 그 감정은 독자의 삶이 길러낸 것이 되는거지

같은 재료로 구울 수 있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빵이 있어.


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손, 같은 불을 사용해도 어떤 반죽은 부풀고, 어떤 반죽은 꺼져.

누군가는 쿠키가 되고, 누군가는 스콘이 되지.

누군가는 덜 치대졌고, 누군가는 더 오래 눌렸어. 누군가는 오븐 안에서 스스로를 바삭하게 굽는 법을 배웠고, 누군가는 너무 일찍 꺼내져 속까지 익지 못했지.


스콘과 버터 쿠키는, 버터를 어떻게 썰고, 얼마나 치대며, 몇 도에서 굽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려.


스콘은 버터를 포함한 모든 재료를 차갑게 유지해야 해.

차가운 버터를 잘게 썰고, 차가운 우유와 달걀을 섞은 뒤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 섞어 스크래퍼로 뚝뚝 잘라 오븐에 구워.


버터 쿠키는 모든 재료가 미지근해야 해.

버터와 설탕을 먼저 힘차게 휘저어 크림화시키고, 달걀은 두세 번에 나눠 넣어 섞고, 밀가루는 마지막에 섞어 글루텐이 형성되지 않도록 조심하지. 그 후 쿠키커터로 모양을 내어 구워.

스콘엔 잼이 필요해. 홍차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밀도 있게 촉촉하지. 이건 ‘식사’야. 잼과 먹어도 한 끼고, 그레이비를 얹으면 더할 나위 없는 한 끼 식사지.

버터 쿠키는 커피가 필요해. 잼은 필요 없어. 잘 부서지고, 입에서 녹아버려. 부드러운 간식이지. 식사대용으론 부족해. 철저하게 ‘디저트’의 포지션이야.

스콘과 버터 쿠키가 같은 재료로 완전히 다른 빵이 되는 것처럼, 같은 인생 재료로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리고 자신이 무엇이 될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거야.


친구들 사이에서의 소외감, 부모의 부재, 아동 학대,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꽤 어둡지만, 생각보다 흔한 이야기들이야. 그런데 누군가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누군가는 사기꾼이 되고, 누군가는 스스로를 죽이고, 누군가는 성실한 회사원이 되며, 누군가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지.


흔하고 어두운 레시피 속에서 누군가는 생존을 향해 뻗어 나가고, 누군가는 붕괴를 향해 침잠해.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아직은, 모르겠어. 같이 생각해줄래?



ps.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어가면서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걸 알아. 그걸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쓰지 못했을거야. 다른 형태의 글이었겠지.



스콘과 버터쿠키 레시피 (2인분)

-재료

ㆍ밀가루(중력분) 100g

무염버터 50g

설탕 25g

달걀 1/2개 (약 25g)

소금 한 꼬집

베이킹파우더 2g


-만드는 방법

버터쿠키

ㆍ실온의 버터와 설탕을 부드럽게 크림화합니다.

달걀을 풀어 조금씩 넣으며 섞습니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체에 쳐 넣고 주걱으로 섞어 한 덩어리로 만듭니다.

반죽을 0.5cm 두께로 밀고, 원하는 모양으로 자릅니다.

180°C로 예열된 에어프라이어에서 12~15분간 가장자리가 노릇해질 때까지 굽습니다.

스콘

밀가루, 설탕,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볼에 넣고 섞습니다.

차가운 버터를 작은 조각으로 썰어 넣고, 손끝이나 커터로 버터가 콩알만 해질 때까지 섞습니다.

달걀을 풀어 넣고, 가볍게 섞어 반죽을 한 덩어리로 만듭니다.

반죽을 2~3cm 두께로 뭉쳐 삼각형 또는 원형으로 자릅니다.

190°C로 예열된 에어프라이어에서 15~20분간 노릇하게 굽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스콘과 쿠키, 재료는 같은데 응원이 설탕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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