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원래 인간이랑 공존할 생각이 없었던것 같다
다들 알잖아,
한국의 날씨와 기후는 사전 리허설 없이
캐릭터 설정만 한 뒤 대본 없이 무대에 올린 연극 같다는 거.
애초에 한반도는 인간이랑 같이 살 생각이 없는데, 우리가 억지로 눌어붙어서 동거하는 느낌.
어제는 전기장판 틀고 잤는데 오늘은 에어컨 틀고, 그다음 날 점심에는 선풍기 돌리다가 저녁에는 보일러 켜고.
봄이 오는가 싶으면 여름이고, 가을인가 싶으면 겨울이고
간절기에는 밤에는 9도인데 낮에는 29도라서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이 늦게 퇴근해야 한다면
출근할 때는 반팔 위에, 가디건 위에, 잠바를 또 입고 나가야 하는 거지.
생각해 봐, 선풍기, 에어컨, 전기장판과 보일러 등 어떤 기구 없이 그저 자연만으로 오롯이 견딜만한 날? 그런 거 없어. 그냥 없는 거야.
오죽했으면 건국 설화에 쑥과 마늘이 나오겠어.
쌀과 밀가루나, 감자와 고구마 같은 게 아니라 들판에 널려 있는 쑥이랑, 원래라면 곰도 안 먹을 것 같은 마늘이라니. 솔직히 식물들도 여기 살기 힘든데 애써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느낌.
그런데. 이 변덕스러운 기후가 또 한국만의 장점이 되기도 하더라.
예를 들면, 벌레가 작아. 큰 벌레들은 이 기후에서 못 살아남는대.
미국이나 동남아 가면 벌레 크기 보고 깜짝 놀라잖아. 거긴 벌레도 헬스장 다니는 느낌인데, 한국은 그냥 겨우겨우 연명하면서 목숨이나 붙어있을 것처럼 작지.
뉴스를 보니까, 부레옥잠이나 나팔꽃도 외국에서는 너무 번식력이 강해 유해식물로 정해졌는데 한국에서는 괜찮대. 겨울만 오면 “야, 너무 춥다. 우리 그냥 죽자.” 하고 단체로 쓰러지니까.
말하자면 한반도는, 자연선택이 아주 빠르고 확실하게 이뤄지는 곳이야.
이 엄청난 일교차와 연교차는 왜 생기는 걸까 생각해 봤거든.
근데 역시 내 뇌의 일부분은 밀가루 반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일교차 → 온도차 → 온도 차이가 필요한 제빵 → 냉동 반죽으로 굽는 쿠키가 생각나더라.
영어로는 아이스박스 쿠키라고 한데, 냉장고가 널리 보급되기 전, 아이스박스에 넣어 온도를 낮췄다가 굽는 꽤 오래된 전통의 쿠키라는 거야.
아이스박스 쿠키는 온도차가 없으면 반대로 실패하는 쿠키야.
냉동했다가 오븐에 넣는 그 온도차로 모양과 식감이 살아나거든.
냉동 안 하면 오븐에서 “나는 자유다!” 하고 반죽이 퍼져서 모양 다 망가진다니까.
한 마디로! 냉동 쿠키는 모양을 보존하는 쿠키계의 조각사야.
그러니까, 이건 어때? 쑥과 마늘을 넣은 쿠키를 만든다면?
이름하여 ‘단군 쿠키’.마늘과 쑥은 원래는 한 개의 쿠키 안에서 동거할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인간이 나타나서 ‘너네는 전통적으로 운명이었어.’ 하며 붙여버리는 거야.
그리고 이게 또 잘 어울리는 거지.
마늘은 구워지면 단맛 나고, 쑥은 쌉쌀한 향이 버터랑 어울릴 수도 있잖아.
향긋한 쑥 향이 나는 마늘빵 느낌의 부드러운 쿠키.
괴이한 식습관인 줄 알았는데 과식하게 되는 마성의 맛!
이 단군 쿠키는 당연히 한반도 모양 쿠키 틀로 찍어야 하겠지.
냉동 쿠키는 각도와 모양을 오븐의 뜨거운 열에서 살아남게 해주거든.
틀에 찍은 모양 그대로 쿠키가 되어 나오잖아.
한반도의 기후처럼, 냉동 쿠키도 극한 온도차를 견디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거지.
결국, 쑥과 마늘, 냉동 쿠키, 한반도의 기후까지 이 모든 게 대서사시로 이어지는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주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극한의 일교차에서 살아가게 된 거야.
난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 더울 땐 너무 덥고 추울 땐 너무 추운 이 극단적인 한반도 기후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면, 엉뚱하더라도, 행복회로를 돌려야 가능할 것 같아.
이렇게 쑥과 마늘 쿠키는 한반도와 쿠키의 운명적 동거 파트너가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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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페이스트와 마늘콩피를 활용한 이색 체크쿠키)
박력분 200g
무염버터 120g (실온)
설탕 70g
소금 2g
계란 1개 (약 50g, 실온)
바닐라 익스트랙 약간 (선택)
삶은 쑥 30g
박력분 100g
무염버터 60g
설탕 35g
소금 1g
계란 25g
쑥페이스트: 삶은 쑥을 물기 꼭 짜서 곱게 갈아 준비
마늘콩피 30g (마늘을 올리브오일에 저온에서 1시간 반 익혀 으깬 것)
박력분 100g
무염버터 60g
설탕 35g
소금 1g
계란 25g
. 쑥페이스트 만들기
삶은 쑥의 물기를 꼭 짜고, 곱게 갈아 쑥페이스트로 준비한다.
. 마늘콩피 만들기
마늘을 껍질 벗겨 올리브오일에 잠기게 담고, 120도 오븐에서 1시간 30분 익힌 뒤 으깨서 준비한다.
. 버터 크림화
각각의 볼에 실온 버터와 설탕, 소금을 넣고 부드럽게 크림화한다.
각 볼에 계란을 나눠 넣고,
쑥 반죽에는 쑥페이스트,
마늘 반죽에는 으깬 마늘콩피를 넣어 섞는다.
각 볼에 박력분을 체쳐 넣고 주걱으로 가볍게 섞어 한 덩어리로 만든다.
두 반죽을 각각 직사각형(길이 약 15cm, 높이 3cm, 폭 3cm)으로 성형해 랩에 싸서 냉동실에서 30분 이상 굳힌다.
. 체크 모양 만들기
각 반죽을 길이 방향으로 3등분해 막대 모양을 만든다.
쑥-마늘-쑥, 마늘-쑥-마늘 순서로 번갈아 쌓아 체크무늬로 만든다.
계란흰자를 접착제로 사용해 각 층을 붙인다.
체크무늬로 쌓은 반죽을 랩에 싸서 냉동실에서 30분 이상 굳힌다.
굳은 반죽을 0.7~1cm 두께로 썬다.
에어프라이어 170도에서 10~13분, 또는 오븐 180도에서 12~13분간 구워준다(중간에 색상 확인)
빵세이 1부가 끝났습니다.
빵세이 2부는 "베이킹 재료들의 사정"이라는 부제로 이스트, 밀가루, 물, 소금 등 베이킹재료들이 주인공이에요.
2부는 요일을 바꿔 화, 목, 토, 주 3회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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