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관심 없는 나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월드컵이나 축구 한일전은 챙겨보지만 그 외 모든 스포츠 경기는 보지 않는다. 그런데 주말이라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배구 올스타전을 보게 됐다. 원래라면 채널을 돌렸겠지만, 다이나믹 듀오가 축하공연을 하길래 계속 보게 됐다.
그런데 올스타전 분위기가 재밌다. 마치 축제 같다. 사실 올스타전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모른다. 그냥 신나 보이고 선수들이 해맑아 보여 좋다. 이렇게 올스타전을 보고 있으니 좋아하는 스포츠 하나쯤은 있으면 싶다. 좋아하는 선수들의 얼굴 새겨진 물건을 들고 응원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는 아이돌도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한 배우도 있지만, 직접 만나러 간다거나 음악방송이 끝난 후 퇴근길을 기다리는 성격은 못된다. 좋아하는 배우는 취향이 맞는 작품으로 보는 걸로 충분하다. 아무리 좋아해도 선호하지 않는 장르나 작품은 중도 하차한다. 꽤 냉정한 구석이 있다.
한 번쯤은 현장에서 저렇게나 열심히 땀을 흘리며 경기하는 모습을 본다면, 좋아하는 스포츠 하나쯤은 생기지 않을까. 한 번 야구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잠실에서 경기였고 LG트윈스의 경기였다. 나는 LG트윈스 팬과 함께 갔으므로 상대팀은 기억이 안 난다. 관중석은 빈자리가 없었고, 나는 조그맣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현실감 없이 보고 있었다. 야구의 룰도 모르고, 그저 옆에서 건네주는 햄버거, 피자를 말없이 받아먹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모르는 룰을 물을 수도 없어서 속으로 ‘야구장은 먹으러 오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마저도 식어버린 햄버거와 치킨은 그날따라 맛이 없어 경기의 승패보다 언제 마치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 후로 모든 스포츠 경기는 직관한 적이 없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생긴다면 애석하게도 야구는 아닐 것 같다. 야구는 너무 길다. 성향으로는 배구가 좋을 것 같다. 펜싱도 비록 누가 이겼는지는 잘 몰라도 박진감 넘치고 선수들의 기합소리도 좋다. 배구는 맞으면 아프겠지만 타악 타악 소리로 전해지는 그 타격감이 좋다. 보고 있으면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랄까. 나는 좋아하는 팀이 없어서 이기는 팀을 주로 응원한다. 승부욕이 있는 나에게 좋아하는 팀이 없다는 건 그날 잘하는 팀을 응원하면 되니 속편하다. 막상막하인 팀의 경기를 보게 되면 경기 내내 응원하는 팀이 바뀐다. 이런 나에게 좋아하는 스포츠가 생기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유니폼을 입고 경건한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릴지, 먹을 것을 잔뜩 시켜놓고 흥분한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릴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 일 것 같다. 먹는 게 빠지면 덜 즐거울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