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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Nov 09. 2019

남의 고통에 대한 불감증

실내화 별로 안 좋아해서

  사람들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지만 그 때마다 불편함이 느껴지는 상황이 있다.

공감부족. 이것은 심해지면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된다는 이기적이고 비뚤어진 마음으로 발전한다.



  우리가족은 현재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다. 이사를 오기 전 추첨을 통해 호수가 정해졌는데 나를 빼고 아내와 다른 가족들은 1층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층교환을 하고 싶어했고 단지 내에 1층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지역카페를 통해 게시물을 올려서 희망자를 찾아보려 했다. 그런데 우리처럼 1층이 뽑힌 사람들이 층교환을 원한다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온갖 혜택을 걸고 바꿔보려 노력했던 다른 사람도 아직까지 1층에 살고 있다.



  실제로 이뤄지지도 않았지만 층교환이 이뤄졌다면 후회를 더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1층이 갖는 확실한 장점은 층간 소음의 가해자가 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사올  당시에 우리 딸은 5개월 밖에 안되었을 때라 딸아이가 뛰어봤자 얼마나 시끄럽겠느냐는 짧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금 5살인 유주는 소파 상단에서 뛰어내리는 게 특기다. 그리고 거실에서 하는 놀이는 줄넘기를 포함해 각종 공놀이가 해당된다. 얼마전부터는 실제 농구공을 튕기고 놀고 있다. 1층이 아니었다면 상상만 했을 일이다.



  우리는 층간소음의 가해자일 수는 없지만 피해자의 입장은 된다. 우리 윗집은 아이가 셋인데 밤다 의자로 기차놀이를 하는지 의자끄는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이사오고 얼마 안되어 왕래가 없을 때 너무 시끄러워서 한번은 관리실을 통해 항의를 했다. 그러고 좀 나아지는가 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후에 지역 카페 게시판에 층간소음 피해에 대해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작성자가 윗층사는 사람이었다. 그들도 층간소음의 피해를 당하고 있었는데 그 글 일부에는 자기네도 아래층으로부터(우리집) 피해 신고를 받은적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신고가 어이없었다는 느낌으로 작성). 그 때 다른 사람의 댓글 중에는 윗층 사람들에게 실내화를 선물로 줘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실내화 별로 안 좋아해서" 였다.



  사람은 자신의 피해는 커보이고 다른 사람의 같은 피해는 작아보이나보다. 신고를 받을 정도로 아래층에 준 피해가 있음을 알아도 불편하니까 실내화는 신기 싫어하니 나는 그런 윗층의 반응에서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을 느꼈다.





Photo by Kai Bram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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