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나도 82년생과 산다

by 서규원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82년생 김지영'이다. 소설로 이미 읽은 터라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82년생 아내와 함께 살고 있어서 이 영화에 대한 친밀감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을 번갈아 돌보면서 우리부부는 영화를 각자 봤는데 상영관 안을 대충 살펴봐도 남자 혼자서 온 경우는 내가 유일한 것 같았다. 이미 소설로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고 이 소설에 대한 양분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편나눠 싸워야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의도하는 바도 분열은 아닐테니 말이다.



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대처하는 것이 달라진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주인공이 정신질환을 얻게 된 원인이 우울증과 스트레스였던 것 같고 특히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참아왔기 때문에 그 증세가 악화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 사는 게 속병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무작정 참는 게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화가 날 때는 분노도 표현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자기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주인공이 다른 인격이 되어 진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나는 치료의 방법이 차별을 없애는 것까지 안가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것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도 카페에서 맘충이라고 수근거리는 사람에게 주인공이 항의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존감의 회복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애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주인공은 가족들과 주변 사람으로부터 들어왔던 말과 받았던 대우들을 통해 건강하게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이 건강한 자아를 갖고 건강하게 스스로를 돌보고 자기 감정표현에도 솔직해 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내가 먼저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고 건강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못할 건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많은 훌륭한 리더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Photo by Josh Hil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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