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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Nov 24. 2019

남의 속도 모르고

세월아 네월아

  신혼여행으로 미국엘 처음 갔을 때, 우리 부부는 애틀랜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잭슨빌로 갈 예정이었다. 잭슨빌 공항에는 아내의 외삼촌께서 픽업을 해주시기로 했었다. 외삼촌께서는 어려서 이민을 오셔서 미국 여성과 결혼하셨었는데, 우리의 신혼여행지였던 하와이가 불발되는 바람에 이모님과 외삼촌이 사시는 플로리다로 급하게 여행지가 변경되면서 도움을 받게 되었다. 정확히 어떤 비행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델타항공이었을 것이다) 출발부터 지연이 되었고 우리는 비행 일정상 환승 시간이 1시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었다. 미국 본토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나는 1시간이면 충분히 환승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국내선 환승은 시간이 오래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우리가 서 있는 줄에는 인도 사람들이 특히 많았는데, 다른 줄에 비해 수속이 끝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 출발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줄에 서 있어야 했다. 



  나는 인도 사람들 때문에 줄이 줄지 않는다고 불평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언제쯤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몰랐고, 픽업을 나와주시기로 하신 외삼촌은 얼마나 오래 기다리실지 걱정되었으며,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했었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리의 차례가 되었다. 근데 문제는 우리 앞에서 수속을 진행했던 인도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가 미리 알아 갔던 이모님의 미국 주소가 확인이 안되서 그랬었다. 겨우 수속을 끝마치고 우리는 다른 비행기로 곧 출발할 수 있었다. 예정보다 2시간 정도 오래 걸렸지만 당시 줄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동요없이 줄서서 기다린 것을 보면 환승수속이 오래 걸리는 것은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변경할 수 있는 비행기 좌석이 많아서 그런지 기다리는 시간없이 거의 바로 환승을 할 수 있었고, 잭슨빌에서 기다리셨던 외삼촌께서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아 하셨다. 



  처음에 줄이 줄어들지 않을 때 혼자서 불안해 했던 것이 참 허무하게 느껴졌다. 줄을 서 있으면서 지켜보니 다들 여유롭게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 혼자서만 속으로 계속 빨리 빨리 해달라고 조르고 싶은 심정으로 있었던 것 같다. 




Image by Jan Vašek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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