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Apr 29. 2020

나도 작은 체구의 홈런타자를 꿈꿨다

자세가 올바르면 공은 알아서 와서 맞는다

  올해는 야구 보기 힘들 줄 알았는데, 국내프로야구가 곧 개막을 하려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를 볼 수 있다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기쁨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대로 개막을 했다면, 흔한 야구경기를 본다는 것을 그리 기뻐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것이 전염병으로 인한 긍정적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나. 전염병이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킨 건 맞는데 이로 인해 평소에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기고 있으니, 불행 가운데서도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덜 불행할 수 있는 것 같다. 



  대학에서 통계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과제 중 하나는 자유 주제로 통계 분석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운동 종목과 운동선수의 체중에 대한 상관관계를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각 종목별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중을 기록하여 종목에 따른 선수들의 체중 분포를 살펴 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3대 구기 종목인 야구, 축구, 농구를 비롯하여 요즘은 인기가 오르고 있는 배구까지 4 종목의 대표 선수들의 체중을 조사했다. 종목의 특성 상 포지션별로 신장의 차이가 있는 농구와 배구는 비교적 체중 분포가 고르게 나타난다. 축구는 상대적으로 포지션별 체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 체중 분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좁은 편이었다. 당시 내 관심은 야구에 더 많이 있었다. 나는 야구가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이기도 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팀스포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 좋아한다. 당시 내 조사에 따르면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중은 다른 종목보다 훨씬 더 넓게 분포하고 있었다. 빠른 스피드가 특징인 선수부터 장타력을 갖춘 슬러거 선수들까지 다양한 형태의 선수들을 필요로 하는 야구는 매력적이다. 



  나는 왕년에 동네야구 에이스로서 야구경기를 보면서 체격이 작은 선수들 가운데도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들을 보며 놀랄 때가 많았다. 힘은 체중의 영향을 크게 받기에(F=ma)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일수록 힘이 세다고 여겨지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선수들이 더 힘있는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졌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의 홈런타자인 밀워키 브루어스의 크리스티안 옐리치 선수는 90kg이 안되며, LA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 역시 100kg이 안되는 선수다. 반면, 우리나라의 이대호 선수나 김태균 선수는 당시 기억에 110, 130 kg 정도의 체중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홈런을 잘 치는 비결은 힘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야 타구가 더 멀리 뻗을 수가 있다. 그래서 홈런타자들의 배트스피드는 날아오는 공보다도 빠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힘과 스피드보다 타격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공을 배트의 중심에 맞추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타구의 질은 공이 배트의 어느 부위에 맞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스윗 스팟 (sweet spot) 은 원래 공연장에서 소리를 듣기에 가장 좋은 위치를 나타내는 용어인데, 야구에서는 배트에서 타구의 반발력이 가장 큰 지점, 그래서 배트로 공을 때렸을 때 가장 멀리, 가장 빠르게 공을 보낼 수 있는 지점을 의미한다. 타자가 타석에서 스윗 스팟에 공을 맞추는 횟수가 얼마나 많냐에 따라 좋은 타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을 스윗 스팟에 맞추는 능력은 다가오는 공을 보는 동체시력과 균형잡힌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타격 기계' 라는 별명을 가진 LG 트윈스의 김현수 선수는 국가대표시절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변화구 컨택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이 선수가 동체 시력이 좋아서 변화하는 공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펴 본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한 자질 중 힘, 배트 스피드, 동체 시력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모두가 똑같이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것들보다 오히려 모든 선수가 할 수 있는 훈련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균형잡힌 타격폼을 익혀서 올바른 자세를 통한 타격능력 향상을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프로 선수들이 던지는 빠른 공은 140km/h 이상으로 날아오는데, 이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공을 눈으로 확인하고 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보다는 타자들이 어떤 구종의 공이 올 것인지를 예측하여 치는 경우가 더 안타 확률을 높일 수 있는데 균형잡힌 자세에서 나오는 타격일수록 스윗 스팟에 공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나는 야구선수들이 꾸준히 스윙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매번 자세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비단 야구 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반복해서 훈련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소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큰 영향을 주는 매일 매일 쌓인 습관들을 떠올리게 된다. 시간관리를 잘 하는 것과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 매일의 독서 습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다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말을 할 때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하는 것 등도 인생에서 꾸준히 안타와 홈런을 치게 하는 비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특출한 능력이 아니라 자세를 바르게 하는 태도가 우리를 더 좋은 인생이 되도록 인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네야구 에이스 - https://brunch.co.kr/@qwseo/46




Photo by kaleb tapp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너와 나의 셈법은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