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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May 11. 2020

친절하지 않은 교과서

학생들은 상세한 설명을 원한다

  근래에 과학도서들을 주로 읽으면서 비전공자들을 위해 쓰여진 교양 과학도서들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읽히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동네 서점 뿐만 아니라 대형서점에서도 소위 말하는 STEM 분야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책들은 한 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으며, 출판된 책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이러한 책들이 국내에서 적게 출판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이 빌리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반 대중을 위해 과학 정보를 제공하는 작가들은 더욱 적게 느껴진다. STEM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의 결과와 성과물들을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적다. 그들의 성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은 학술지를 찾아보거나 언론에서 보도하는 자료들이 주를 이루는데, 학술지는 일반인들이 찾아서 보기에는 너무 어렵고, 보도자료는 내용의 깊이가 충분하지 못하다.



  연구개발 분야의 사람들 역시 그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자기들의 연구 성과를 대중들과 나누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주로 읽었던 학술지에 싣는 논문 작성에서 벗어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보다 친숙하고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나는 STEM 분야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글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만 느꼈던 이 분야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줄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좀 더 기본적인 부분에까지 생각이 다다르게 되었는데,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수학, 과학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지금 6살, 4살인 나의 자녀들이 10년 정도 후에는 중고등학교 교육의 대상자가 될 것이니 미리부터 관심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와 참고서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세밀하게 분석한 것은 아니고, 서점에서 고등학교 교재들을 살펴봤는데 교재의 대부분은 문제와 문제풀이가 있는 해답지였다. 실제로 내용이 수록된 부분은 전체의 1/3 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교과서를 훑어보니 생각보다 설명이 자세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내가 고등학교 3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교재를 살펴봐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배웠을 내용을 기반으로(관련지식이 쌓인 채로) 읽는다면, 충분한 설명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전반적인 느낌은 교과서와 참고서가 혼자서 스스로 공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연하게도 각 교과별로 수업하시는 교사분들의 역량이 무척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하여 학생들도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방법들을 일찍부터 익힐 수 있다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의 수준은 판단하기 힘들다(부분적으로는 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그에 따라 기존의 지식은 폐기되거나 수정된다. 교과서는 이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등학교 3학년 교재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과학 지식을 제대로 익히기만 해도 일반 대중의 수준이 매우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교육강도를 점차 완화시키는 추세인 것 같다. 학생들의 공부부담을 더 줄여주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수학과 과학에서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을 줄이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이과를 선택했는데, 당시에 공통수학과, 수학1, 수학2 를 전부 배웠다. 현재는 새로운 과목이 추가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수학 (상),(하) 라는 것을 고1 때 배우고, 그 이 후에 수학1, 수학2,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와 같이 과목이 나눠져 있다. 그리고 전부 배우지도 않는다. 과학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후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이렇게 4개의 교과목으로 나눠서 배우게 되는데, 내가 고등학교 때 4과목을 전부 배웠던 것과 달리 지금은 이들 과목을 선택적으로 듣는다. 2학년 때는 3과목을 선택하고, 3학년 때는 2과목을 선택한다. 이 말은 물리를 통합과학 이후에는 아예 배우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과학생들은 더욱 과학에서 멀어질 수 있는데, 나는 모든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에서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양의 영역에서 수학과 과학의 비중이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생명과학2 교재에 있는 '세포 호흡' 에 관한 내용을 요약하여 브런치에 글을 남겼다. 글을 게시했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읽는 편이었는데, 요즘들어 꾸준하게 읽혀지고 있다. 아마도 온라인 개학을 한 이후에 지금 이 부분을 배우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교과서는 혼자 공부하기에 그렇게 친절하지 않으며, 수업을 통해 듣는 내용도 휘발성이 강해 듣고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어쩌면 교과서 내용도 일반 대중과학 서적들처럼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과 함께 나온다면 고등학생들의 과학교과목의 학습력을 올려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공부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자료를 찾고 읽어보는 사람이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친절하지 않은 교과서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세포호흡에 관한 글은 작성 당시보다 온라인 개학 이후에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유입 대부분이 검색을 통해서다.






Photo by Ava So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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