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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Apr 24. 2021

필요하다면 기꺼이

졸업생 신분으로 도서관 회원 신청하기

  학위를 마치면서 학생 신분을 벗어난지 두달이 되었다. 이제 학교에도 자주 가지 않을 것 같고, 앞으로 학교에서 일을 하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 학생으로 있으면서 당연한 듯이 누릴 수 있었던 혜택들이 사라지고 나니 그동안 그게 혜택인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대표적인 것이 언제든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었던 논문들이었다. 정출연 연구소나 종합대학들은 논문 검색과 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금액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그 비용이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혜택이 아니고 권리라는 생각도 든다. 설령 등록금에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원활하게 제공되는 논문들을 통해 좋은 연구성과들이 나오게 된다면 학교나 연구소 역시 득을 보는 것이 될테니 선심쓰듯 제공하는 혜택이 아니라 학교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았다는 생각보다는 여전히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고 있고, 논문을 검색하고 자료조사를 하는 능력은 연구자가 갖춰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8년 만에 졸업했다. 우리 애들도 축하한다고 뛰어 다닌다. (^0^)/


  졸업과 함께 연구원과 학교를 모두 떠나게 되면서 논문 자료에 접근하는 길이 막혔다. 그 길을 여는 방법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졸업생 신분으로 학교 도서관에 연회비를 내고, 전자자료 검색 권한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회비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금액으로 연 10만원인데, 6개월만 신청하면 5만원이다. 졸업후 연회비를 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오늘 생각난 김에 결제했다. 마침 논문을 찾아서 봐야 할 일도 있어서 결정은 쉬웠다.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알기 때문에 괜찮았다. 사실은 돈이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돈을 내놓고 그만큼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돈을 내놓고 논문을 읽지 않는 경우 말이다.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의 장점은 몇가지가 더 있다. 일단 소장된 도서의 양이 많다. 그리고 절판된 책들도 빌리기 쉽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손상된 도서들도 많지만 어떤 경우는 책의 상태보다 책의 내용이 더 급할 때가 있는 법이다. 대여기간은 보통의 도서관과 비슷하다. 학위 기간에는 대여기간이 30일이었고 3회까지 연장이 가능했는데, 졸업생은 그것의 절반인 15일에 연장도 한번이다. 총 대여가능한 권수도 10권으로 기존의 30권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우리 학교의 겸임교수로 있었던 한 박사님은 교수직을 그만두었을 때 가장 아쉬운 점으로 논문자료 검색이 원활하게 안되는 것을 첫번째로 꼽았다. 아무래도 교수직을 유지하려면 수업을 일정시간 해야 하는데, 사업이 바빠서 도저히 지속할 수 없어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면서 다른 것보다 논문을 쉽게 얻지 못하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회비를 내고 서비스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큰 혜택이다. 사용에 아무 제한이 없으며 아무리 많은 자료를 검색해도 추가비용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비유저들은 이런 방식의 서비스에 만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데 일정 비용을 내는 것이 불만인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건당 사용료를 특정하여 자료를 얻을 수 있는데, 논문의 경우는 찾아야 할 양이 정말 많기 때문에(한 편의 논문에 필요한 정보가 다 있는 경우는 단언코 없다.) 건당 결제하는 방식은 부담이 정말 크다.




  이제는 논문 뿐 아니라 음악, 도서, 영화, 스포츠 중계 등 많은 콘텐츠들이 가격이 매겨져 있다.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얻을 수 있던 자료들도 앞으로는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통해 발생하는 이득을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기업이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점차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들은 줄어들 것 같다. 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지만 그 금액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당연히 비용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확실한 입장을 취할 수가 없다. 최근 EPL의 손흥민 선수 경기나 MLB의 류현진 선수 경기 역시 Spotv 정기 결제 방식을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되자 시청자들의 항의가 커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처음에는 중계권을 얻은 플랫폼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 결제하고 보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Photo by Vienna Reyes on Unsplash




Photo by Amelie & Niklas Ohlrogg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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