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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Aug 10. 2021

휴가를 맞이하는 불안감

떠오르는 지난 경험들

올해도 즐거운 휴가를 기대한다. 이직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휴가다.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휴가를 앞두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냈고, 직장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즐겁게 퇴근했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내가 더 해야 할 일은 없는 것 같다.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자잘한 일들은 다른 동료에게 부탁해놨다. 이제 난 그냥 휴가를 가면 된다.


문득, 이전 직장에서 여름 휴가를 갔던 것이 생각났다. 내게 주어진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고, 급하게 눈 앞에 놓인 일들을 해치우고 휴가를 갔다. 기필코 휴가 가기 전까지 끝내고 가겠다고 약속했던 일들을 다하고 최종적으로 메일로 중요 문서 파일들을 보냈었다. 최종 검토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휴가를 갔다. 당시 나는 아내와 함께 예수원에 갈 계획이었다. 강원도 태백(?)에 있는 예수원은 기차를 타고 가서 중보기도를 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우리는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고, 들어가는 순간 외부와의 연락수단은 끊기는 곳이었다. 핸드폰은 반납하고 우리는 온전히 기도와 예배와 노동(?)과 공동생활에 집중해야 했다. 당연히 회사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일단 무슨 일이든지 하면 거기에 잘 집중하는 편이라 휴가기간동안에는 온전히 휴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예수원은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고, 시간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렇게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핸드폰을 받아서 켜는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확인하지 않은 문자들과 익숙한 전화번호. 상사와 급히 통화를 한 후 사태를 파악했다. 내가 넘긴 자료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검토하지 않았던 불안감이 맞았던 것이다. 상사는 내게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활용할까 생각하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토를 해봤다고 한다. 그대로 사용했다면 대외적인 신뢰를 잃을 수도 있었는데, 대신 일을 처리해주셨다. 전부터 일을 급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 고쳐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때 다시 한번 느꼈다. 일은 미리 미리 시작하고 최종 검토도 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휴가는 4차 5차에 걸쳐 수정하고 다듬은 작업을 마무리해서 부서장에게 보내고 가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보완해왔으니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과거의 경험 때문에 휴가를 앞두고는 좀 불안하다. 물론 막상 휴가를 가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냥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현재를 즐기지 못하면 영원히 즐길 수 없다고 말이다. 이제 진짜 휴가다. 




Photo by Ferdinand Asakom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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