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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Oct 22. 2021

공격적인 말들

말과 눈빛과 손짓의 공격

  사람들은 대화할 때 입으로 내는 소리로서의 말만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화에서 사용되는 말은 소리와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소리는 수단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리 그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소리에 담겨있는 의미가 중요한 것이다. 말 자체가 갖고 있는 뜻도 중요하지만, 언어로써 표현되지 않는 소리가 담고 있는 기운(에너지) 역시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음성이 아닌 글자로 소통을 한다면 말의 의미 자체와 어감과 문맥을 통해서 상대의 기운을 파악할 수 있는 반면,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할 때는 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 형성되는 분위기까지도 대화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입과 눈과 손을 통해서 발산되는 에너지에 의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대화할 때 목소리만 작게 하고, 부드럽게 천천히 말하면 상대방이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대화할 때의 공격성이라 하면 큰 목소리에 빠르고 높은 말투와 과격한 몸짓, 폭언이나 욕설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전형적인 공격성이 아니더라도 대화하는 상대가 공격을 받았다고 느낄 수가 있다. 어떤 때에 그런가 하면, 상대의 말을 가로 막는다거나 비꼬거나 비아냥거리거나 한숨을 쉰다거나 할 때 등이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이런 상황을 경험한다. 내가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행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입을 사용해서 공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는 눈과 손으로도 공격할 수 있는데, 사람의 기분과 에너지가 가장 뚜렷하게 발산되는 곳이 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 시절 동기들의 눈빛만으로도 공격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특히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갖게 되는 첫 인상은 내가 어떤 눈으로 그 사람을 만났는가가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처음 만난 사람의 눈빛에 대한 인상이 꽤 오래 가는 것 같다. 


  대화할 때 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 나는 종종 인터뷰를 위해 영상을 찍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영상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손을 꼼지락 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영상을 찍는 동안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말을 하면서 굉장히 산만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발표를 할 때도 나는 손을 많이 움직이는 편인데, 때로는 내가 사용하는 레이저 포인터를 과도하게 흔드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손의 사용 역시 그 사람의 기분과 감정 상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많은 교수님들과 강사 분들이 발표할 때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경우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우리는 대화할 때 손을 사용해서 상대를 위협할 수도 있고, 귀찮다는 제스쳐를 손을 사용하여 표현할 수도 있으며, 손가락으로 지적하기도 하고(삿대질), 손을 턱에 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상대를 배려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행동들이 상대로 하여금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대화를 위해 나는 입과 눈과 손을 더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입으로는 적극적으로 공감의 표현을 해주면서 중간 중간 대답도 하고, 눈으로는 대화하는 상대를 바라보면서 친밀함의 눈빛을 보내며, 손은 부산스럽지 않게 하며 제스쳐는 주로 내가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여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않게 해야겠다.





Photo by Solal Ohay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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