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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Oct 24. 2021

팀워크를 생각해보며

긍정적인 것은 더 과장되게, 부정적인 것은 최소한으로

  저번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과 아스톤빌라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황희찬 선수가 선발 출전했다. 결과는 황희찬 선수의 소속팀인 울버햄튼이 극적으로 승리하였다. 먼저 두 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경기를 세 골을 연달아 넣으면서 경기를 뒤집은 짜릿한 승리였다. 황희찬 선수는 경기 막판 교체아웃되었는데, 경기가 끝나고 승리를 확정짓자 누구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으로 동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보여졌다. 그가 유독 기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날 경기에서 황희찬 선수는 여러차례 카메라에 포착되었는데, 팀의 두 번째 실점 장면은 황희찬 선수의 패스 미스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자칫하면 팀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팀이 하나되어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모두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 한 선수의 실수는 묻혔고,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얼마 전 공공기관으로부터 현장평가를 받았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평가에서 우리는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한 부분까지 평가를 받았다. 평가는 오전 10시경 시작되어 오후 4시까지 진행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여러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며 노력한 덕분이었다. 평가위원 조차도 극찬을 하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하였고, 사소한 지적사항들을 제외하면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우리 팀은 이를 자축하기 위해 다과를 준비해서 함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그동안 준비하면서 마음 고생을 했던 일부 사람들도 안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모두가 기뻐하는 그 자리에 한 사람만은 마음껏 웃지 못했는데, 그는 평가과정에서 유일하게 지적을 받은 직원이었다. 평가위원은 그 직원에 대한 내용 외에는 전부 좋은 평가를 하였는데, 그 지적 내용조차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축하의 자리에서 웃지 못하고 있는 그 직원을 향해 모두가 위로도 해주었지만 그의 모습은 계속 불편해 보이고 자책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울버햄튼의 황희찬 선수나 우리 회사의 직원이나 20대의 젊은 청년인 것을 생각하면(경험이 있고 연륜이 있는 사람도 그럴 수 있겠지만) 자신의 역할에 대해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발전해가겠다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발전할 수 있다. 황희찬 선수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지만 승리 후 함께 웃을 수 있었고, 우리 회사 직원은 결정적인 실수가 아니었지만 함께 웃지 못했다. 황희찬 선수가 이전 몇 경기에서 팀에 공헌한 것을 생각하면 한 경기 결정적 실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진에 빠져 있는 선수가 실수했다 하더라도 팀이 승리하면 다 잊을 수 있게 된다. 우리 직원의 경우도 앞으로 부족한 면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팀 전체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함께 기뻐해도 괜찮다. 팀이 잘 되면 구성원들이 어떻든 일단은 좋은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칭찬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범한 팀원은 심적인 부담을 갖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팀의 결과가 좋았을 때 웃을 수 있는 사람과 웃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얼마만큼 팀의 목표를 자기의 목표로 삼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성공보다 팀의 성공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웃지 못하는 사람 역시 팀이 거둔 성공에 안도하며 축하의 자리에 함께 하겠지만 팀의 성과를 더욱 온전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지적을 받았던 직원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미 여러 사람으로 이야기를 들은 터라 정신적인 타격이 있어 보였는데, 기쁨의 자리에서까지 이야기가 나오니 더 위축되어 보였다. 심각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가벼운 언급으로 끝났지만, 위로를 가장한 놀림처럼 들려서 듣기가 거북했다. 그냥 아무런 언급 없이 축하만 하고 지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Eva Blu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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