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Apr 29. 2024

내가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내게는 너무 중요한 기준

  서점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점심시간에 잠시 시간이 나면 회사 건물 지하에 있는 서점엘 들른다. 외근을 나가거나 출장을 가게 되면 일이 끝난 후에 근처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를 때도 있다. 가끔은 동네 지역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도 하고, 신간도서인 경우는 예약주문을 해놓고 퇴근길에 들러 찾아가기도 한다. 워낙 나오는 책들이 많다보니 내가 읽고 싶은 책들만으로도 읽을 책들이 남아돌 지경이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종류의 책을 주로 읽냐고 물어본다거나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분명 내가 읽기를 좋아하는 책들이 있음에도 약간은 포괄적인 대답을 하는 편이다. 인문,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에세이 등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문학 책은 가끔 읽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고 나누기에 부담없는 게 문학 작품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작품 속 스토리에 몰입하다보면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읽고 느낀 점을 들으면서 미처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유익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문학 작품들을 많이 안 읽게 되는(문학 장르의 책을 잘 안 사게 되는)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소설책같은 경우 소모성이 짙은 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한 번 읽은 소설을 다시 찾아서 읽게 되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데, 한번 읽은 소설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도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다시 앞에서 말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여러가지 장르의 책들을 좋아한다고 포괄적으로 대답하긴 하지만 실제로 한 가지 분야에 집중되도록 읽는 경향을 갖고 있다. 나는 자연과학 대중도서들을 좋아하며, 내 전공분야도 좋아하지만 과학에 해당하는 전반적인 모든 분야들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다. 자연과학 분야의 대중도서들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씌여진 책이다.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그 책을 기록한 저자만큼 이해를 하면서 읽을 수는 없겠지만(왜냐하면, 책의 저자들은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저작을 한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으면 마침내는 저자가 의도했던 주제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분야의 대중도서를 추천할 때의 중요한 기준을 이야기하고 싶다. 꼭 자연과학분야가 아니더라도 모든 비문학 글에는(심지어 문학 글에도)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어떤 특정 연구결과나, 조사 결과, 통계 자료, 보도 내용 등을 참고했다면, 그 근거를 책 안에 표기해야 한다. 본문 내용 안에 직접 서술하기도 하고, 해당 내용이 있는 페이지 하단에 각주로 표기하기도 하며, 때로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모아서 표기하기도 한다. 주석과 참고문헌을 표기하는 것은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비용이 더 들고, 책도 두꺼워져서 판매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너무 두꺼운 책들은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출판사들도 자기네 회사에서 판매되는 책들이 너무 두꺼워지는 것을 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만약 참고문헌을 통째로 날려버린다거나 주석을 누락시켜서 그럴싸한 책을 만들려고 시도한다면, 그건 책의 가치를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어쩌면 대부분이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근거가 분명하게 표기된 책들을 추천도서 목록에 올려놓는다.



  누군가에게 내가 읽은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추천할 때는 책의 내용이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내용을 담은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만약 본문에 인용 표기가 없거나 참고문헌이 없거나 심지어는 어떤 주석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양심상 추천을 해줄 수가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주석과 참고문헌 등이 부실한 책이더라도 그내용을 읽기 위해 구매해서 읽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많은 책들을 읽으며 알게 되는 것은 그렇게 참고문헌과 주석 표기까지 신경써서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이 눈에 띄게 되고 그 출판사에서 나오는 다른 과학 대중도서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급하게 회사 사무실에 꽂아 둔 책들 중에서 과학 대중도서들을 훑어보았다. 내 예상대로 본문에 인용 표기는 없이 참고문헌만 모아놓은 책도 있고, 주석과 참고문헌 자체가 없는 책들도 있다. 반대로 인용 표기는 물론 주석과 참고문헌도 완벽하게 정리된 책들도 있으며, 본문에서 활용된 도표 및 그림에 대한 인용표기도 잘 되어 있고, 용어 해설 및 찾아보기까지 잘 정리된 책들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급히 살펴 본 참고문헌 및 주석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들 예시
본문에 숫자는 인용 표기, 점(.) 표시는 각주에 부연설명을 해놓은 표기.
참고문헌의 예시, 논문 참조 뿐 아니라 출판된 도서를 참조할 때도 거기에 사용된 데이터가 발표된 논문도 함께 표기하였다.



  앞으로 과학분야, 특히 생물학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소개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용 자체도 좋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야 하며 글 자체도 잘 씌여진 책이어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러한 책들 가운데서 추천도서로 결정할 만한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얼마나 근거를 탄탄하게 제시했느냐일 것이며,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UnsplashJess Bailey


- 이전에도 참고문헌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참고 : https://brunch.co.kr/@qwseo/3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