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빼고 싶은 말

마음에 들지 않고 성가시다는 뜻의 말

by 서규원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의 경우 그 사람이 자주 하는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말은 그 사람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 중 하나인데 습관적으로 어떤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의 경우,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말을 할 때에도 나는 그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아는 지인 중 한 사람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을 때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거절을 했는데 그 때마다 한 말이 '귀찮아' 였다. 나는 그의 심드렁한 표정과 함께 귀찮다는 말이 늘 기억에 남았고, 그에 대한 인상은 그렇게 고정되어 버렸다. 그래서 누군가 귀찮다는 말을 하게 되면 자동완성 기능처럼 그에 대한 기억이 소환되었다.


귀찮다는 말은 귀하지 않다는 말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귀하지 않다가 귀치 않다가 되고 귀찮다고 고착이 된 것인데 그 말에서 귀하지 않다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나 일 등에 대해 귀찮다는 말을 쓰는데, 귀하지 않음은 그 일이나 행동이 아니라 그것을 하는 주체가 귀하지 않다는 말이다. 즉, "그거 하기 귀찮아!" 라는 말에는 그 일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귀하다, 그 일을 하게 되면 나는 귀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는 귀찮다는 말의 뜻은 '마음에 들지 않고 성가시다'의 의미가 강조되어 있다. 귀찮은 일일수록 피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귀찮은 일을 피하고 외면할수록 자신은 귀함에서 멀어지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마음에 들지 않고 성가신 것들 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갈 때, 이걸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하찮게 여겨지고 초라해 보일 때도 있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잘 해나가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귀찮다는 말의 뜻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나는 더이상 귀찮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말이 나만의 언어 사전에서 삭제된다면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일을 하면 그 일 때문에 내가 귀한 사람이 못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모든 사람이 그 자체로 귀한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귀함과 귀하지 않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평소에 피하고 싶고 성가시게 생각했던 일들을 잘 해나가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귀찮음" --> 삭제





사진: UnsplashHunters 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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