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 좋다, 잘한다
善 (착할 선)
언제부턴가 착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인간관계를 잘 하기 위한 조언을 담은 영상들 중에는 '너무 착하게 살지마'라는 메세지를 담은 것들이 많이 발견된다. 착한 사람이라 하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참고 자기를 희생하며 남을 돕는 이타적인 사람이 떠오른다. 매우 훌륭한 사람임에도 이렇게 살지 말라는 조언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착한 사람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계속 착하게 살면 속칭 호구가 된다는 인식이 많이 퍼지게 된 현실이다.
착하다는 뜻을 가진 한자 善(선)에는 착하다는 의미가 제일 앞에 있지만, 그 외에도 좋다(좋아한다), 잘한다(잘된다)는 의미가 함께 있다. 착한 것은 좋은 것이고, 잘하는 것이다. 착한 사람은 자신이 베푸는 선을 좋아하며 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고등학교 어느 수업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학생들 한명 한명을 부르며 "너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한 학생이 대답하기를 주저하고 있자 주변의 아이 중 하나가 "애는 착해요!!" 라고 대신 대답했다. 모든 아이들이 크게 웃었고, 대답을 주저했던 아이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당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착함이 웃음거리 소재로 사용된 그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우리는 매우 자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 사용된 말 최선에도 착할 선(善)이 사용된다. 가장 좋고 훌륭한 상태가 최선이다. 나는 후배, 동생, 친구, 자녀들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해주면서 가장 선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착한 일을 하고 왔다고 이야기할 때 함께 좋아하며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그리고 나는 선한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영상들에서는 착하게 살면 안된다는 말보다 그 뒤에 나오는 호구가 되지 말라는 말이 더 의미가 있다. 자신의 분량도 해내지 못하면서 그나마 있는 것마저 남에게 줘버리는(빼앗기는) 것이 선한 것이 아니라는 경고이다. 호구가 되지 말고 선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핵심인데, 착하다는 말에 부정적 의미가 많이 떠오르게 되는 상황 때문에 착하게 살지 말라는 조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자기 일을 잘 해내고 호의를 베푸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자로 착할 선(善)자는 양 양(羊)자와 말씀 언(言)자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그 이전에 갑골문자에서는 양(羊)과 눈(目)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양처럼 순한 눈망울을 가지고 순한 말을 하는 것을 착하다고 하는 것인데, 그래서 더 이용당하기 쉽게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말과 눈빛은 순하게 하되, 실력을 갖추고 자기 일을 잘 해내며 좋은 사람이 되고, 결국에는 잘 되는 것이 선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사진: Unsplash의Emma Simp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