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독서를 할 때 가장 안타까운 경우 가운데 하나는 읽기에 벅찬 책을 선택해 억지로 읽은 경우라 할 수 있다. 힘들게 읽긴 했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기억에서 잊혀져 버린 책들이 몇 권 있을 것이다. 어쩌면 힘들게 읽으면서 겨우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잘못 이해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 바로잡아 줄 사람이 없으니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를 하고선 그대로 지나쳐 버릴 때도 있다. 운이 좋으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읽은 것들은 우리의 이해 수준 안에서만 머물 수 밖에 없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의 편협한 지식이 되고 독서를 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이런 편협한 지식으로부터 생긴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다.
내가 독서를 하면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새로운 책을 읽을 때, 기존에 내가 가진 편협한 관점과 잘못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깨지는 것이다. 나는 독서리스트를 작성해서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해서 별점을 매기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책들은 다름 아닌 내 선입견을 바로 잡아 준 책들이었다. 책 제목만 보고도 충분히 그 내용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놀라운 통찰들을 마주할 때면 그동안 내가 가진 선입견이 얼마나 독서에 독이 되는지 느끼곤 했다. 세상에 나온 책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아지는데 내가 읽은 책들은 매우 적으며, 게다가 그 읽은 책들은 균형잡히지 않은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독자로써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 편견 덩어리일 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독서를 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혹시 자신이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식하면서 읽는 것이다.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들이 쌓이게 되면서 변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은 아마도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게 되는 ‘재독’을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분명 같은 책을 읽고 있지만 과거에 읽었을 때 느꼈던 것과 다시 읽었을 때 느끼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새로 읽을 때는 그다지 감동이 없을 수도 있고, 과거에 그냥 지나쳤던 부분이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책은 변한 게 없지만 책을 읽는 내가 변한 것이다. 나는 책을 처음 일독할 때, 인상적인 구절에 밑줄을 긋는다거나 책장을 접는다거나 메모를 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대신 독서노트를 쓰거나 포스트잇을 이용하여 인상적인 부분만을 기억하도록 붙여 놓는다. 책에 눈에 띄게 표시를 해 놓으면 나중에 책을 다시 읽을 때 그 부분만 눈에 띄어서 그 부분만 읽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책에 메모를 해 놓으면 그 메모 내용 자체가 일종의 편견이 되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나는 재독을 할 때도 처음 읽었을 때와 책 자체는 정확히 같은 상태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어떤 책이든 독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필연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낄 수가 있다. 그렇지만 편견에 따른 왜곡된 해석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저자의 주장을 일단은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책에서 자신의 의견과 대립되는 주장이 펼쳐질 때에도 혹시 내 생각이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세워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선입견에 휩싸여 있을 수 있고, 독서를 통해 그런 선입견이 깨진다면, 어쩌면 독서의 가장 본질적인 목적인 ‘성장’을 빠르게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에게는 깨뜨려야 할 선입견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부디 나 스스로도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은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올바른 독서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의 선입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