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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Sep 19. 2019

언제 퇴근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싶다.

  정해진 업무 종료시간은 오후 6시, 오후 6시가 좀 넘으면 아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언제 끝나? 언제 퇴근해?"

"응, 오늘은 아마 8시쯤 끝날 거 같애"


  나는 매일 퇴근하는 시간이 다르다. 출근하는 시간은 정해놓고 퇴근하는 시간은 일이 끝나는 시간이다. 8시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9시인데, 사실 9시에 집에 도착하는 날은 거의 없는 편이다. 요즘에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대부분 11시쯤 된다. 우리 아이들은 어쩌다 가끔 내가 일찍 퇴근하면 더 과격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날을 아빠없는 밤을 보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저녁을 같이 보낼 수 있으면 아이들이 거실의 소파 상단에서 점프를 하더라도 잘 받아준다. 우리집은 다행히 1층이라서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주의를 준 적이 없다. 처음 이사올 때, 1층이라서 어떻게든 다른 집과 층교환을 해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1층이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지 그 때는 몰랐고, 좀 더 높은 곳에서 숨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1층에 살아보니 엘리베이터를 안타도 되고, 차에 뭘 놓고 왔어도 부담없이 나갈 수 있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좋다. 특히 아이들이 거실에서 혹은 방에서 뛰어 놀 때, 1층 살길 잘했다고 아내와 백번도 넘게 이야기했다. 



  이제는 말도 제법 잘 하는 아이들이 엄마한테 부탁을 한다. 아빠한테 전화해보자고. 그러면 나는 매일 아내한테 듣는 말을 딸과 아들한테도 듣는다. 


"아빠 언제 와요?"

"응, 아빠 곧 끝나."


  곧 이라는 말은 결코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래서 주말에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 아이들과 하는 모든 약속은 전부 주말에 할 수 있도록 예정되어 있다. 이번 주말에도 나는 알지 못하는 약속이 이미 엄마와 아이들에 의해서 잡혀있다.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늘 미안한 마음이 크다. 





Photo by Kyle Smit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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