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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Sep 18. 2019

기분이 좋아지는 말

아빠랑 닮았네

  우리 딸 유주가 막 걸어다니기 시작했을 때, 한번은 아이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간 적이 있었다.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아이는 언제나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고 매장 안을 여기저기 휘젓고 다녔다. 마침 그날은 내가 뒤늦게 백화점에 도착해서 합류했는데 유주는 역시 활발히 움직이며 모든 물건을 건드리고 있었고 매장직원의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내가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그 직원이 유주에게 말했다.


"아빠 오셨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주는 나를 닮았다. 나는 우리 딸이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저 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찡하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을 거라 생각하니 또 마음이 찡하다. 사실 나도 스스로도 부인 못할 정도로 아빠랑 닮았다. 내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도 이거였다.


"아빠 판박이네!"


  나는 그때마다 아빠의 입가에 번졌던 엷은 미소를 기억한다. 그리고 이제 그 미소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완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이제 건휘한테도 자기 얼굴이 보여!"


  나는 요즘 두배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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