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마음을 확 빼앗긴 부분을 마주하게 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 페이지에 한동안 머물게 된다. 눈으로 몇 번 반복해서 읽어보고, 다시 소리를 내서 읽어보기도 한다. 좋은 글은 독자가 눈으로 읽으면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파악이 되는 특징이 있다.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분명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읽게 되는 익숙한 내용이 아님에도 좋은 글은 읽을 때 술술 읽힌다.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는 지식의 수준이 글을 읽는 속도에 물론 영향을 주지만, 간결하게 쓰여진 문장들의 매끄러운 연결이 또한 독자를 편하게 해준다. 나는 내용과 함께 이렇게 잘 써진 문장으로 이뤄진 책을 좋아하고, 그런 문장들을 기억하기 위해 독서노트에 기록을 해두기도 한다.
비슷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나중에 읽은 책일수록 책의 내용으로부터 감동을 받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이미 읽었던 다른 책들에서 얻은 정보들이 겹치기도 하고, 겹치지 않더라도 관련 지식들이 쌓인 상태에서는 새로운 정보로부터 얻는 기쁨이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 책의 내용이 받아들일만 하면서 훌륭한 문장이 많이 있으면 독자는 내용때문이 아니라 문장 자체의 훌륭함 때문에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 독서를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한 경우라면, 문장 자체보다는 그 내용의 신선함 때문에 감동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독서를 많이 하면 할수록 잘 써진 문장 자체가 주는 감동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독자는 간결한 표현으로 매끄럽게 써진 글들을 많이 읽을수록 생각하는 방식도 그렇게 바뀔 수 있고,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말로 할 때도 영향을 받게 된다. 좋은 글을 많이 찾아서 따로 기록해두고 자주 읽게 되면 생각과 말과 글도 함께 늘 수 있어서 아주 훌륭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간결하고 잘 연결된 문장을 읽으며, 저자가 사용하는 논리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생각도 같은 방식으로 전개해 볼 수 있다. 생각은 글로 표현될 수 있고, 몇 차례 수정을 거쳐서 글의 완성도를 높여가면, 써진 글을 바탕으로 말도 잘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생각과 글과 말은 다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좋은 문장으로 써진 글들을 많이 읽는 것으로 발전될 수 있다. 그러니 책을 읽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이 있는 부분을 소리내서 읽어보고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면, 따로 기록해서 남겨두는 것을 권한다. 그 기록들이 많이 쌓일수록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며 그 생각을 정확하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기가 쓴 글을 소리를 내서 읽어보면 교정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소리 내서 읽다가 멈칫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더 좋은 표현으로 고칠 수 있다.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읽어보고 글에 대한 의견을 줄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의 글은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이 읽게 된다(내 경우에는 그렇다). 스스로 소리내서 읽어보고 자신의 문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면 점점 글쓰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더 좋은 글을 쓰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