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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Sep 27. 2019

가까이 살아서 다행이다

명절 귀성길 3중고

  나는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하기 때문에 면허도 따고 차도 사고 운전도 하지만 나는 나의 생활영역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으면 한다. 그래서 출근도 걸어서 하고 교회도 걸어서 다니고 친구들도 동네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신도시인데 우리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상가가 없어서 단지 내 편의점 말고는 걸어서 갈 만한 곳이 없다. 그렇게 먼거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선뜻 걷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5살, 3살 아이들과 걷기엔 더 부담스럽다. 결국 가까운 거리도 운전을 할 수 밖에 없고 주말엔 항상 내가 운전을 한다.



  운전을 싫어하는 내가 운전할 때 가장 피하고 싶은 경우 중 하나는 뻔히 막힐 줄 아는 때에 운전하는 것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막히는 때에 길을 잘못 드는 경우다. 운전을 하는 고통, 차가 막히는 때, 그리고 길마저 잘못 들었을 때라는 3중고를 이번 추석 때 경험했다.



  이번 명절 당일 오전 10시에, 내가 사는 곳인 남양주시 별내에서 출발하여 어머니께서 사시는 서울 낙성대 집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30분이었다. 분명 안 막히면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명절이라서 특히 도로에 차가 많았다. 김창완 아저씨의 아침창을 들으면서 출발했는데 최화정의 파워타임까지 들었다. 명절이라 모든 라디오 진행자가 도로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줬는데 들으나 마나 모두 막힌다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나중엔 라디오도 꺼버렸다.


  가뜩이나 운전을 싫어하는데 막히고 길도 잘못 드니 짜증과 분이 치밀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릎이 너무 아팠고 집에서 기다리실 어머니께도 죄송했다. 그나마 유주가 유아용 카시트에서 조용히 잠들었다는 것이 가장 다행스런 일이었다. 아마 혼자 운전하는 상황이었다면 몇번 고함을 쳤을 수도 있다.





  그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곧 집에 도착하여 사랑하는 어머니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명절 때마다 힘든 귀성길을 기꺼이 가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정말 집에 도착하니 힘들었던 기억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가족이 주는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



  명절 후 만난 한 분은 이번 명절 때 전라도 고향엘 무려 10시간 운전하여 가셨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정말 나는 힘든 것도 아니었구나.'


  중국에 있는 형은 이번 명절 때 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게 생각나서 더욱 마음이 뜨끔했다.


명절이라 한복도 입었던 유주




Photo by Eduardo Flor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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