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 세상에는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통신수단이 등장했다. 삐삐라고 불렸던 호출기인데 당시 온 국민이 이 기계를 갖고 다녔던 것을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기억을 하고 있다. 삐삐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도 많았다. 대중가요 가사라든지 만화책 제목에도 삐삐가 등장했다. 얼마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처럼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작품에는 삐삐가 소재로 등장하곤 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많은 학교 친구들이 삐삐를 사용했다. 그들은 쉬는시간만 되면 공중전화박스에 가서 음성메세지를 확인하느라 바빠보였다. 그때가 마지막 공중전화카드의 부흥기였을 것이다. 나는 아쉽게도 삐삐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써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우리 집은 협상이 안되는 단호한 집이었다.
나는 삐삐처럼 모든 전자제품 사용이 항상 뒤쳐졌다. 고등학생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갖고 있던 휴대전화를 나는 못 가져봤다. 우리 집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협상이 안되는 집이었다. 나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서야 나의 폰이 생겼다. 사실 나는 이메일도 대학에 가서 처음 사용했다. 컴퓨터 활용능력도 얼마나 뒤쳐졌는지 모른다. 공대에서 배우는 프로그래밍 수업은 최악의 수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제는 유행의 물결을 조금씩 타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느리긴 하지만 아이패드도 써보고 notion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하는 중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큰 흐름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