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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Oct 15. 2019

내가 결정할 수 있었으면

차도 없는데 기다려야 하다니

  캐나다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알고 보니 신호등 기둥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바뀌는 구조였다.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는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어서 건널 때마다 사람이 신호를 바꾸면 되었다. 사람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차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건널목 앞을 지나려던 차 한 대가 신호등 옆에 서있는 우리 일행을 보고 급하게 멈췄다. 그리고는 우리들을 보면서 굉장히 미안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온 건 아니었지만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서 있었는데 보지 못하고 지나가려 한 것이 미안했던 것 같다. 나는 그 경험을 하고는 이 나라에서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들이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에 좀 놀랐다.



  한국에서는 신호등이 바뀐다는 것을 예고하는 노란 불 신호에 차들은 더 속도를 내서 통과한다.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느낄 수 없다. 운전면허 필기시험 공부를 할 때 노란 불은 멈춤 신호란 것을 분명히 배웠는데 운전자가 되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신호등을 꼭 지켜야 한다. 나는 국민학교를 다닐 때 학교 선생님이 건널목에서는 절대 뛰면 안된다는 것과 초록불이 되었을 때 바로 건너면 안된다고 배웠다. 초록불이 되면 속으로 셋까지 세고 건너라고 배웠다. 이 규칙은 차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차가 없으면 그냥 건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운전자 역시 건너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가고 싶을 때가 있다(감시 카메라만 없다면). 밤에는 차들이 빨리 달리고 운전자는 보행자가 잘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보행자는 건너려하고 운전자는 보행자를 못 본 채 빠른 속도로 달리면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신호는 꼭 지켜야 한다.



Photo by Ryoji Iwat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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