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그대'
삶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그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전하려 할 때 그대의 손을 꼭 쥐어요.
햇살은 나무 위에 걸쳐 그대의 눈을 반짝이네
투명한 그대의 미소는 나의 욕심을 비워 버려요.
사랑하는 그대 더 이상의 말도
더 이상의 눈길도 원하지 않아 내겐 필요치 않아
바로 지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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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열이 부른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한때 참 좋아했던 가수였는데 어느 날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연히 시청하게 된 방송을 보면서 급노화 된 그의 외모에서 세월을 빠르게 돌려놓은 영상 같아서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사람은 점점 조금씩 나이 들어간다는 표시가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인데, 너무 빠르게 세월의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유열은 6년 전부터 건강의 이상이 왔고, 성대의 이상과 폐섬유증이 몸을 괴롭히고 있는 듯 했습니다 방송 인터뷰 내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희망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빛이었습니다 많이 가진 능력을 모두 다 내려놓고 가장 낮은 자세로 종교에 의지하는 듯했습니다.
방송을 내려놓고 제주도 1년 살이를 하면서 병의 치료와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늘게 떨리는 음성으로 '살고 싶습니다'라는 의지를 강하게 말하고 있더군요.
얼른 그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어요. 폐섬유증은 폐에 염증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폐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가는 병이더라고요. 폐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산소 요구량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호흡곤란이 오고, 저산소증이 나타나고 식사하는 것이 힘들어져서, 체중이 감소하고 심해지면 심장기능이 떨어져서 위험이 올 수 있는 병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에서 숙연하게 다가오더군요.
오래전에 친구랑 셋이서 유열 콘서트를 간 적이 있습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재미있게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의 유열은 젊고 세련된 가장 인기 절정일 때였습니다. 지적인 매너와 절제된 언어,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끝까지 세련되게 이끄는 공연을 보고 많이 감동했었지요. 소극장 콘서트라서 팬들과 소통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려주고 직접 사회를 보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콘서트였습니다. 행운권 추첨을 해서 선물을 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23번을 부르는데 그만
'어머 웬일이야!' 내가 가지고 있는 번호였어요
오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이 당첨되어서 무대에 올라가서 받는 과정에서 유열 가수가
'어디서 왔느냐? 누구랑 왔느냐?' 짓궂게 질문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소극장에서 유열 가수 특유의 고급스러운 음색이라서 매력에 푹 빠졌었고, 가까이에서 관객과 소통하면서 노래를 들려주어서 그런지, 가수는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에 팬심이 생기고, 때론
'이렇게 노래를 잘하고 멋있으니까 많은 이들이 스타를 추종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작은 소극장에서 사람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 보면서 끼가 보통이 아님을 그때 느꼈습니다.
가끔 신곡이 나오면 찾아서 들어보는 정도였지만 한때나마 나의 정서를 가꾸고 예쁘게 다독일 때, 관심을 두었던 가수라서 방송을 보면서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삶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합니다 어제의 내 모습을 오늘 보면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것이지요. 어느 날 낯설게 보이는 내가 나를 마주하더라도 그것도 삶의 과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