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따뜻한 한 끼의 귀한 손길
탑골공원 옆을 지나다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겨울 추위는 유난히 매서웠다. 낮기온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였다. 그 추위 속에서 길게 늘어선 사람들. 대부분 나이 든 노인들이었다. 점심 한 끼를 얻기 위해, 자선단체에서 나누어주는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두툼한 외투 안으로도 스며드는 한기를 견디며, 그들은 말없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끼의 식사가 그토록 절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시선을 붙들었다.
그 긴 줄 속에는 한 끼를 해결과 그 안에는 수십 년의 시간들이 겹겹이 겹쳐 있었다. 아마도 그들도 젊은 날, 어딘가의 회사에서, 혹은 시장 골목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누구는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했을 테고, 누구는 밤늦게까지 불을 켜두고 가게를 지켰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힘껏 밀어 올렸던 사람들이, 이제는 공원 옆 길가에서 한 끼를 위해 조용히 줄을 서 있다.
그들 중에는 혼자가 된 이도 있을 것이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자식들과는 소식이 뜸해진 채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견디는 사람. 또 누군가는 가족에게 외면당해 갈 곳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그날도 어김없이 탑골공원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 줄에 섰을 것이다. 따뜻한 국 한 그릇보다 더 소중한 것이, 사람의 온기일 수도 있으니까. 사연은 제각각이겠지만, 그 줄 앞에서 그들은 모두 같은 시간을 붙들고 있었다.
그들 곁에는 무엇보다 귀한 일은 식사를 준비하는 봉사자들의 손길이다. 새벽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국을 끓이고, 밥을 퍼 담는 손길, 그 손길 속에는 깊은 사랑과 은혜가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누군가의 한 끼의 식사는 그날의 삶을 이어주는 연결이라는 사실을. 받는 사람도, 건네는 사람도 잠시나마 인간의 존엄이 든 온기라서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귀한 일이다.
노년이라는 말속에는 쓸쓸함이 들어 있다. 늙어간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고, 기대할 수 있는 내일보다 견뎌야 할 시간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추위 속에서도 하루는 지나가며 사람은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 줄은 끊어지지 않는다. 영하의 공기 속에서도 삶은 어떻게든 다음 끼니를 향해 나아간다.
그 긴 줄을 보며 흔히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삶의 많은 부분이 그냥 살아진다. 포기하지 않고 의지를 가지면, 삶은 묵묵히 사람을 다음 날로 데려간다. 때로는 공원 옆 줄에 서게 되고, 때로는 낯선 이의 손에서 국그릇을 건네받으며 말이다.
늙어가는 시간의 철학은 어쩌면 추운 그날 그곳에 있다.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끝까지 삶의 리듬을 놓지 않는 일. 하루를 하루로 받아들이고,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도움을 받으며, 여전히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선택. 탑골공원 옆에서 본 그 줄은, 삶의 쓸쓸한 장면이 아니라 여전히 삶을 살아가는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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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줄을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발끝은 시렸지만 마음 한쪽이 묘하게 따뜻해졌다. 삶은 그렇게 이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누군가의 손에서 누군가의 손으로, 한 그릇의 온기는 따뜻하게 전해진다. 삶은 언제나 위기같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서로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사랑을 지닌 귀한 손길 덕분에, 어떻게든 삶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