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혼란의 연속

혼란 속에서도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 하나

by 현월안




요즘 불안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회와 경제의 전망이 흐릿해질수록 인간의 마음은 불안하다. 친분이 있는 작가의 북토크 현장에서도 책의 내용보다 작가에게 요즘 불안을 묻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취업의 불안, 자산의 불안.. 각자의 사정은 달라도 질문의 결은 닮아 있다.



어느새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말이 일상어가 되었다. 나만 중요한 기회와 정보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건 아닐까, 나만 AI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불안은 이렇게 마음을 조용히 갉아먹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또 현실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감각이 또렷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막연히 지나쳤던 질문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몸에 닿는다. 준비되고 있는지, 지금의 선택은 괜찮은지, 앞으로도 이 걸 감당할 수 있을지.



그럴 때 답을 찾기보다,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더듬어 보려 애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래도 대략 견딜 수 있었고 이상하게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을까.



얼마 전 작가들의 모임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관통해 온 것은 재능이나 운이 아니라, 끝내 놓지 않았던 일관성이었다고 말했다. 불안과 좌절, 실패와 우회로를 지나오면서도 글을 쓰는 일을 이어온 그 시간이 자신을 지탱해 주었다는 고백이었다. 그 말이 나와 같은 생각이라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삶에서 수많은 일은 애초에 통제 불가능하다. 열심히 준비해도 실패할 수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병이나 집안의 문제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대부분 계획을 세우지만, 삶은 늘 계획 바깥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불안은 어쩌면 인간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감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혼란 속에서도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어떤 일이 닥치든 계속해 나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그것이 있으면 삶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나의 울타리라고 부른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안쪽을 지켜주는, 아주 개인적인 울타리.



삶은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언제나 굴곡으로 찾아온다. 자산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다. 잘되는 때가 있으면 반드시 주춤하는 시간이 오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또 흔들리는 순간도 따라온다. 그 모든 파도를 막을 수는 없다.



나에게 울타리는 글쓰기였다. 기쁠 때도 썼고, 불안할 때도 썼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썼다. 그렇게 이어온 시간이 어느덧 나의 직업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꾸기는 했지만, 정말로 글을 쓰며 먹고사는 삶을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지금도 이 일이 조금은 신기하고, 무엇보다 고맙다.



책을 읽고 또 글을 쓴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세상은 여전히 불안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쌓여 있는데, 문장 하나를 고쳐 쓰는 순간 마음이 잠잠해진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하루 속에서, 단어 하나를 고르고 문장의 호흡을 조절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손안에 있다. 그 작고 확실한 통제감이 현실의 불안을 조금씩 밀어낸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사회는 더 빠르게 변할 것이고, 불안은 더 가중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만은 비교적 분명하다. 시간이 더 지나고 또 지나더라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불안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불안과 함께 갈 수 있는 한 가지 리듬을 삶에 두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글쓰기였다. 또 누군가에게는 음악일 수도, 운동일 수도, 혹은 매일 같은 시간에 차를 끓이는 습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꾸준히 시간을 길들여 가는 지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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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를 건너는 힘은 의외로 소박한 곳에 있다. 내가 나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일을 하나쯤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오늘도, 내일도, 조용히 이어 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작은 일관성이 나를 지키고, 더 멀리 나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