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가벼워지는 설 명절

명절 풍경이 많이 달라진다.

by 현월안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맏며느리라서 그런지 설이 다가오면 올해는 어떤 차례상 차림을 할까 하고 즐거운 고민을 한다. 정갈하게 펼쳐진 차례상 위에 나물과 전, 과일이 한 상 가득 오르고, 그 앞에 서면 마음은 고요해진다. 차례상 앞에서는 살아 있는 이들과 떠난 이들이 잠시 같은 시간을 머무는 의식이다.



요즘 명절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올해도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산하 한국예학센터가 제안한 '현대 맞춤형 설 차례 예법'을 제시했다. 번거로운 부침개를 덜어내고, '떡국을 중심으로 네댓 가지 음식'이면 충분하다는 제안. 차례상의 형식을 줄여 명절의 본래 의미인 가족의 화합을 되찾자는 취지일 것이다. 가족이 화목해야 조상도 즐겁다. 조상을 기리는 일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시댁의 명절도 그렇게 변해왔다. 예전에는 시아버님을 중심으로 대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냈다. 음식을 만드느라 늘 분주했고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시 작은아버님과, 사촌 시동생과 조카들까지 모이면 쉰 명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 시댁에 모였다. 부엌에서는 음식냄새가 가득했고, 사람들의 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음식을 하는 사람에게는 고단한 시간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촌들과 만나는 반가움과 멀리 사는 사촌의 근황을 묻고 기쁜 일은 함께 축하하며 마음을 내어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그 풍경은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이제는 맏이인 우리 부부가 시골이 아닌 서울 우리 집에서 단출하게 제사를 지낸다. 차례상 위에 오르는 음식도 줄었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우리 가족뿐이다. 그 많은 사람들과 북적이던 시간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가끔은 그때가 그립다. 떠들썩했던 그 시간과 시끌벅적했던 부엌, 제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먹던 늦은 점심의 풍경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러나 삶은 늘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무엇이든 다 때가 있고, 시간이 흐르면 정리가 되고 간결해진다. 많았던 것은 줄어들고, 복잡했던 것은 단순해진다. 그것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전의 명절은 떠들썩하고 푸짐했던 시간이었다면, 지금의 명절은 간결하다.



이제 명절은 우리 부부가 간결하게 제사를 지내고 전화를 드리는 날이 되었다. 사촌들과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해도 안부를 묻고, 목소리로 마음을 전한다. 이제 명절 음식으로는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한다. 맛있게 만든 음식을 앞에 두고 조상에게 조용히 안부를 전한다. 그리고 그 음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부담스럽지도 귀찮지도 않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형식에 쫓기지 않으니, 진심이 더 또렷해진다.



이제 명절은 우리 식구들과 간단하게 지내는 날이 되었다. 음식을 많이 하느라 힘든 시간이 아니라 상차림의 무게보다 마음의 온기를 더 소중히 여기는 날. 조상을 기리는 마음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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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에도 맛있게 명절 음식을 준비할 생각이다. 부담은 조금도 없다. 우리 가족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명절을 맞이할 것이다. 차례상 가짓수를 줄였다고 해서 정성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덜어낸 시간의 여유와 여백이 고맙다. 명절의 형식은 조금 변해도 명절의 본질은 그대로다. 설날은 그렇게 여전히 우리 가족과 함께 웃으며 맞이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