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종교를 가지고 있든 아니든 캐럴이 울려 퍼지고 조금은 들뜬 기분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들 차분하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캐럴송은 저작권 때문에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침체된 것과 맞물려서 보통날과 별반 다르지 않게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거리에 캐럴송이 크게 울려 퍼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백화점에도 작은 문구점에도 크게 캐럴송이 흘러나오던 때가 있었지요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듣고 있으면 한껏 동화돼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하지요 따스하게 다가오는 캐럴의 노랫말이 너무 예뻐서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고 말입니다 캐럴의 흥겨운 멜로디는 사람 마음을 들뜨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힘이 있지요 그런데 요즘은 귀에 익은 캐럴마저도 쉽게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지나가는 크리스마스가 된 것 같습니다
캐럴이 울려 퍼질 쯤이면 또 한편으로는
'한 해가 가는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캐럴을 들으면 연말이라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식구들과 성당에 갔습니다 일찍 서둘러서 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미사 드리는 타임이 이른 시간이고 추운 날씨인데도, 성탄이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연로하신 할머니가
'메리크리스마스~~'하시길래
'할머니 메리크리스마스~~ 건강하세요 '
라고 화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환하게 웃는 할머니 얼굴이 스마일 하면 떠올리는 그 모습 이시더라고요 치아가 하나도 없는 모습, 요즘 할머니라도 치아가 없는 할머니는 못 본 것 같아서 애잔하게 다가오면서 미사 내내 잔상이 남더군요
우리 성당에는 가끔 배우나 가수분들이 종종 오십니다 오늘은 우리 동네 목동에 사는 여자 아이돌 가수가 와서 특송을 하더라고요 재능기부라고 하더군요 아주 멋지게 메들리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면 실컷 귀에 익은 캐럴을 불러 주어서 성당을 온통 기쁨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더군요 함께 다 같이 쉽게 따라 부르는 노래에서 옆에 앉은 할머니랑 손을 꼭 잡고 따라 불렀습니다 할머니의 치아 건강을 위해 마음으로나마 응원했습니다
오늘 신부님 크리스마스날 강론에서 많은 이야기 중에서 '선취하십시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먼저 취하라, 먼저 해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자기를 바로 세우는 것도, 공부도, 사랑도, 그 어떤 일도 남들보다 먼저 하라는 것이겠지요 일찍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일찍 준비하라는 말은, 알면서도 쉽지 않은 얘기입니다 내가 소중하기에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기에 생각을 예쁘게 가꾸어 가는 것에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모두가 공감하고 아는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더 고급스럽게 자신을 가꾸기 위해 수많은 책을 찾고 또 찾는 것이겠지요
미사를 마치고 아들과 딸은 친구들 모임에 가고 남편과 함께 맛있게 한다고 알려진 한정식을 하는 곳에 갔습니다 미리 예약을 해 둔 곳에서 소소하게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가족이야기와 건강해야 한다는 것과, 마무리 차 한잔으로 기쁘게 서로에게 성탄 축하를 했습니다
모두가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