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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사 가던 날

언니네가 예쁜 집을 지어서 이사 가던 날

by 현월안




오랜 세월 한자리에 살았던 묵은 살림살이를

가지고 언니네가 이사를 간다.

잔손 가는 곳에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나도 일손을 보탰다. 밥솥과 얼룩진 국냄비, 자질구레한 세간들을 내어 놓으니 남루하고 초라하다.

이삿짐은 원래 초라하다고 했던가.

언니의 손때가 묻고 가족의 온기가

묻어있는 물건들을 이삿짐 트럭에 는다.

눅지고 초라해서 버리고 싶은 허름한 물건들도

모두 가져간다. 작은 흔적이라도 형부는 언니의

향기가 사라질까 봐 조심조심 싣는다.



이삿짐을 다 싣고 모두가 집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거실 천장에 조카 어릴 적에 붙여 놓은

야광별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네 가족은

야광별 아래서 반짝이는 별만큼이나 맘껏

웃었고 우주만큼 사랑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맘껏 행복했을 것이다.

그때의 해맑은 언니네 가족들 웃음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그때 소중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는지 형부는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언니는 방광암 항암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언니의 방광암으로 시작된 언니네 가족의

삶은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추었다. 암환자 병시중에 가족모두 뜨거운 힘이 한 곳으로 모아졌고, 식구들의 일상은 단순하게 변했다.

형부는 퇴직이 5년이 남아있던 평생직장을 언니의

간호하기 위하여 사표를 냈다.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고 두렵지 않다며 형부의 각오는 대단했다. 단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과

그 무엇과도 바꿀 없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매 순간 애가 타는 사랑으로 언니를 간호를 했다.

대학교를 다니던 조카는 친구들과 멀리하는 생활이 되었고, 언니네 가족 모두는 환자에게 집중하는 삶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의 진한 사랑이 밑바탕에 있고 서로에게 마지막 사랑을 하는 것처럼 절절했다.

언니네 가족은 모두가 전쟁에 나서는 투사처럼,

단단히 마음먹고 암환자를 돌보았다.

가족의 위대한 힘은 믿음과 사랑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듯했다.



언니는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항암면역강화,

많은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빠지고 뼈마다만 앙상했다.

말이 항암이지 까무러치듯이 혼절을 하고

사람 얼굴이 아닐 만큼 상해 있었다.

처절하게 혼자 견뎌내야 하는 벼랑 끝에서 싸워내야 했기에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때때로 병원 관계자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가슴 철렁하고 세상이 두쪽이 나는듯한 소리뿐이었다. 동네방네 병을 소문내어 소리쳐도 소득 없이

공허하게 돌아오는 메아리뿐이었다. 언니네 가족이

애가 타고 절절한 바램은 다시 새롭게

반드시 기적이 일어나기를 믿고 기도했다.



형부는 퇴직하면 전원주택을 지어서 언니

알콩달콩 텃밭을 가꾸며 살기를 희망했다.

일찍이 구입해 두었던 경기도 광명시에 땅이 있었다. 언니의 암투병으로 인해서 집 지을 계획이 5년이나 앞당겨졌다. 형부의 생각은 언니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암투병 하는 것을 희망' 한다며

급하게 형부는 집을 짓는 회사에 맡겨서 초단시간에 주택을 지었고

언니가 꽃길을 만들고 꽃밭을 가꾸자던

그대로 '꽃의 정원'을 만들었다.



새로 지어진 언니네 집은 아침이면 이름 모를 새들이 잠을 깨우고 집 앞에는 작은 연못이 보이고 널따랗게 푸르름이 가득한 곳이다. 노을이 지면 뒷산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한 편의 그림 같은

자연의 고즈넉한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초록이 숨 쉬는

꽃의 정원이 있는, 언니네집은 아름다운 곳에

터를 잡고 있다.



아름다운 집 꽃의 정원에서 언니와 함께

1년만 더 살게 해 달라고 형부는 기도 했었다.

예쁘게 지어 놓은 새집에서 언니와 더 길게 살기를, 희망했던 형부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던지,

언니는 기적이 일어났다.

주변으로 전이되었던 암세포가 작아지고 호전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린 기적을 체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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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10년이 지났다.

언니는 더욱더 건강에 신경 쓰게 되었고 암조각은 미세하게 남아 있지만, 계속 추적 관찰을 통해서 살얼음판을 건너듯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예쁜 집에서 마지막 엄마를 모셨고 3년을 함께 했다 암환자가 엄마를 모시고 살았던 것에 감사하고,

기적이었던 것.

그래서 나는 엄마가 내 두 손을 꼭 잡고 당부하셨던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려 한다.

세상에는 머리로 해석이 되지 않는 기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삶은 평범한 일상인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은 것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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