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기다림이고 시간의 응축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을 읽었다. 일본 교수팀이 한국의 커피 소비 시장을 조사하러 일 년에 세 번 한국을 찾아온다고. 그리고는 속속들이 한국의 커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는 그 시간의 소감을 남겼다. 그들에게 단단한 커피 소비 시장 서울의 커피 소비 변화를 알고 싶은 것이다.
처음 그 교수팀이 서울 커피 거리를 찾았을 때,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갓 구운 빵을 수북이 있어서 신기했다고 한다. 빵을 먹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베이글과 소금빵은 한때 유행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 앞에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 줄을 섰다. 서울 사람들의 시선은 커피보다 화려하게 변주된 빵에 더 시선이 몰렸다. 일본 교수팀은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또 기록해 두고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찾은 서울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같은 서울 같은 자리였지만, 진열지장 안에는 다른 메뉴로 바뀌어 있었다. 두바이 쫀득 쿠키가 잔뜩 쌓여 있었고, 또 다른 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조사팀은 아마도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뀐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 그 낯선 속도 앞에서, 그들은 조용히 질문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인간은 늘 무언가를 덧붙이며 살아간다. 본질만으로는 불안하고, 단순함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커피 위에 크림을 얹고, 그 곁에 빵과 쿠키를 놓는다. 그것은 풍요의 표현이면서 또 결핍의 흔적이기도 하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는 본래 기다림이고 시간의 응축이다. 급하게 마시면 그저 쓴 액체에 불과하지만, 천천히 음미할 때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드러난다. 산지의 기후와 토양과 로스터의 선택, 그리고 바리스타의 손끝이 만들어낸 미묘한 맛. 그 모든 것은 서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조사팀이 수 십 년 동안 일 년에 세 번의 방문을 통해 마주한 것은, 어쩌면 두 개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나는 빠르게 바뀌는 유행의 시간, 또 하나는 그 아래에서 여전히 흐르고 있는 느린 시간. 유행은 눈에 보이지만, 깊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만이 오래 남는다.
그들은 아마도 돌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서울의 커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더 화려해지고, 더 빠르게 변하고, 더 많은 것을 덧붙이는 방향은 어디인가. 그리고 또 언젠가는 다시, 한 잔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일본 교수팀이 한 해 세 번의 방문은 단순한 조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반복을 통해 변화를 읽을 것이고, 또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에 바라볼 때, 본질에 가까워진다. 한 번의 방문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간의 간격 속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커피는 한 모금으로는 알 수 없는 맛이고, 두 번 세 번의 음미 속에서 조금씩 맛을 드러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맛을 알게 된다. 그리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맛을 알게 된다. 그 쓴맛이 단순한 쓴맛이 아니라는 것을, 그 향이 단순한 향이 아니라는 것을.
아마도 그 일본 교수팀이 한국에서 얻어간 것은 단순한 데이터나 기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한 사회가 어떻게 변화를 소비하고, 어떻게 시간을 대하는지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공통된 모습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빠르게 변하면서도 또 깊이를 갈망하는 그 흐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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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또 다른 계절에 서울을 찾을 것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커피소비국이 한국이라서 그 커피 변화의 시장을 관찰할 것이다. 그때 서울은 또다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커피 곁에는 또 어떤 것이 유행할지.